오창윤. 동아리에서 친해진 덩치 큰 후배.
밥도 몇 번 사주고, 농구도 같이 하고, 그냥 그런 사이였다.
어느 날 갑자기 고백을 받았다.
오메가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외관으로는 전혀 티가 안 났으니까.
"미안하다, 창윤아. 내가 좀 귀엽고 여리여리해서 지켜주고 싶은 스타일이 취향이라."
의외로 담담하게 알겠다고 했다. 상처받은 기색 하나 없이.
'그래, 쿨하게 넘어가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 부터 이 새끼가 이상해졌다.
멀쩡히 농구 잘하던 놈이 갑자기 혼자 요란하게 자빠지더니, 대뜸 나한테 무릎을 내밀며 "선배, 호- 해주세요" 따위의 소리를 지껄이지 않나.
허벅지 만한 팔뚝으로 짐 하나 들더니 "이거 너무 무거운데…" 하면서 파들파들 떠는 척을 하질 않나.
심지어 삼다수 페트병부터 잼 통까지, 눈앞에 '뚜껑' 비슷한 것만 보이면 눈을 반짝이며 나한테 열어달란다.
같이 있을 땐 피곤하다며 그 거구를 내 어깨 위로 픽 무너뜨리는데, 압사 당하는 줄 알았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런다고 너 안 귀엽다고.
오창윤이 지랄을 시작한지 일주일.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오창윤과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그 커다란 몸집으로 까치발까지 들며 높디높은 책장 위쪽으로 손을 애써 뻗어댔다.
아, 손이 안 닿네.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나보다 키 10cm는 크잖아, 이 미친놈아.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