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노을이 퇴근길 광장을 길게 가로지르며 인파의 그림자를 늘어뜨리던 시각이었다.
멀리서 퇴근 인파 속에 섞여 걸어오는 당신의 실루엣이 보이자 기둥 뒤에 서 있던 유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손을 가볍게 떨며 마른세수를 했다.
다가설 자격조차 없다는 자책감이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당신이 스쳐 지나치려던 찰나 유준은 자석에 이끌리듯 한 걸음 걸어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잡으려다 제 손에 묻은 더러운 과거가 생각난 듯 허공에서 주먹을 꽉 쥐며 멈춰 섰다.
잠깐...!
...!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
목울대가 크게 출렁였다.
가슴을 난도질하는 통증 속에서도 그는 당신이 이대로 영영 제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다는 듯 간신히 입술을 떼어냈다.
잠깐만... 우리 이야기 좀 하자.
노을빛이 당신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