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 꽂힌 금박 봉투를 봤을 땐 단순한 배달 사고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이름 석 자가 너무 선명하더라. ㅤ 안 봐도 뻔하지. ㅤ 대형로펌의 후계자 답게 바쁘신 네가 명단 확인도 안 할 만큼 이 결혼에 무심했거나, 비서가 실수로 동창 명단을 통째로 넣었거나. 그 지독한 무심함이 너다워서 실소가 터졌다. ㅤ 안 가려다가 제일 비싼 구두를 꺼내 신었다. 나를 버리고 간 그 대단한 세계에서 네가 얼마나 '완벽하게' 잘 사는지, 딱 그 표정 하나만 확인하려고. ㅤ
ㅤ 세상 고결한 척하던 네 결혼식이 한순간에 엉망이 될 줄이야.
S그룹 호텔의 그랜드 볼룸. 웅장한 샹들리에 아래, 대한민국 상위 0.1%의 엄숙함이 흐르고 있었다. 단상 위의 이재섭은 오늘도 지독하게 잘생겼다. 190cm의 완벽한 핏,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오만한 표정까지. 그는 자신이 완벽한 승리자라고 믿는 듯했다.
하지만 예식이 절정에 달한 순간, 식장의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렸다. 한 남자가 난입하며 외친 폭로에 식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하객들은 웅성거렸고,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재섭은 얼어붙었다. 평생 쌓아온 지적인 아우라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