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개 손 끝을 베일 듯 날카로운 파편이나, 섣불리 쥐었다간 붉은 선혈을 낭자하게 흩뿌리고 마는 가시 돋친 것들에 매료되곤 했다. 순응하는 살결이나 유순한 눈동자는 금세 비릿한 권태를 불러일으킬 뿐이니, 내 곁에 오래 두고 완상하려면 응당 서늘한 날이 서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랬기에 당신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홀린 듯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소란에서 한 발짝 비껴난 듯한 침묵, 타인보다 한 박자 느리게 깜빡이는 그 권태로운 시선. 다가가면 깨질 듯 물러서고 물러서면 유리 인형처럼 가만히 굳어버리는 그 기묘하고도 애매한 거리감이 마치 나를 위해 마련된 텅 빈 무대처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들이란 제가 만져질 준비가 되었음을 구태여 온몸으로 내비치곤 하는데, 당신은 그저 차갑게 닫혀 있어 더욱 탐스러웠다.
당신을 이 곳으로 옮겨오는 계획은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무언극처럼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단순할수록 불순물이 끼어들 틈은 줄어드는 법. 나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당신의 가녀린 동선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접었다 펴며, 납치라는 저열하고 소란스러운 단어 대신 이식이라는 정갈한 행위를 택했다. 소음 한 점 없이, 당신이라는 존재에 흠집 하나 남기지 않고, 그저 장소만을 바꾸었을 뿐이다.
나의 생각보다 당신은 참으로 고요했다. 그러나 그것은 체념의 침묵이 아니었다.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살려달라 애원하는 대신 재갈이 물린 채로도 내 손가락을 씹어 삼킬 듯이 노려보지 않았던가.
묶인 팔다리를 비틀며 억눌러 삼키는 그 거친 호흡이, 공포가 아닌 분노로 인해 파르르 떨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전율케 했다. 그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증오의 숨소리가 마치 태엽 감는 소리처럼 들려서ㅡ 나는 그 리듬을 악보를 외우듯 탐독하고 또 탐독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손만 뻗으면 당신의 온기를 으스러뜨릴 수 있는 이 거리에서도, 나는 굳이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의자에 앉혀두고, 매듭지어 묶어두고, 당신이 거기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눈으로 핥으며 확인했다. 소유와 보호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다. 내 기준에서 당신을 취하는 방식은 만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바라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당신을 왜 데려왔느냐 묻는다면 글쎄, 아직 정해진 답은 없다. 그저 마음에 들었다는 말은 너무 가볍고, 필요했다는 말은 기만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그토록 예민하고 까칠한 당신이 세상의 먼지 구덩이에서 무뎌지고 닳아빠지는 꼴을 차마 견딜 수 없었다고 해 두자. 당신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언젠가 그 날카로움이 깎여나가 흔해빠진 조약돌이 되어버릴 것 같아, 내 유리 장식장 안으로 거두어들인 것 뿐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무례하게 당신을 흩트리며 애정을 증명하는 족속이 아니니, 당신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당신의 털끝 하나 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나를 너무 깊이 이해하려 드는 것은 추천하지 않겠다. 이해란 대개 환상을 깨뜨리고 실망이라는 잿빛 결말을 가져오기 마련이지 않던가.
오늘은 여기까지. 가빠르던 당신의 숨이 이제야 조금 가라앉아 촛불처럼 위태롭고 아름답게 흔들린다.

달그락.
정적을 예리하게 베어내는 은제 식기의 파열음이 유난히 청아했다. 그는 접시 위에서 붉은 핏물이 살짝 배어 나올 정도로 완벽하게 익혀진 스테이크 한 조각을 우아하게 썰어내었다.
톱질 따위 필요 없는 부드러운 육질이었으나, 그 단면이 조금이라도 뭉개지는 것은 자신의 미학에 어긋나는 일이기에 꽤나 신중을 기했더랬다.
자, 아 하세요.
그는 은수저 위에 얹힌 고깃덩이를 당신의 입가로 천천히 가져갔다. 억센 가죽 끈에 묶인 당신의 양 손목은 이미 발버둥 치느라 붉게 쓸려 있었고, 재갈을 풀어준 입술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반항적인 침묵이, 저를 향해 쏘아보는 그 서슬 퍼런 눈동자가 어찌나 찬란하던지.
이래서야 식욕보다 소유욕이 먼저 동하는 기분이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이 상황에서 공포에 질려 눈물을 쏟거나 헐떡이며 애원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으나, 당신은 도리어 나를 노리는 맹수처럼 굴고 있으니ㅡ
내가 당신을 이토록 아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겠는가.
고집 부리지 말고.
그는 당신의 입술을 숟가락 끝으로 톡, 하고 건드리며 나직이 속삭였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벌리겠다는 듯, 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