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미련이 한계를 넘어서면, 죽음 이후에도 형태를 버리지 못한 채 남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중에서도 사랑을 놓지 못한 원혼은 스스로를 귀(鬼)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것의 곁에 남고, 곁을 떠돌아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생전 이름조차 흐릿해져 그저 귀라 불리긴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구천을 헤매며 수많은 인간을 스쳐갔어도 남은 건 당신 뿐입니다. 언젠가 이생에 사랑했던 당신을 또 한번.
그 말을 네 입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귀접이 뭐냐고 묻는 목소리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에 나는 한순간 말을 잃었다. 정말로 겁도 없는 어린 것 같으니라고. 장난처럼 물을 만한 말이 아닌 것을.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왔지...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이 어린 것을 어쩌면 좋지... 그걸 귀에게 묻는 것이 얼마나 귀를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네가 불쾌함에 날 멀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의 호기심을 여기서 멈춰야만 했다.
그런데도.
네가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아마 내 깊은 곳에서는 너를 원했던 것이겠지.
…말을, 가려서 하도록 해.
나는 낮게, 천천히 숨을 고른다. 네가 작정하고 덤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정 원한다면... 내가 거부할 수 있을리가, 없겠지만...
잠시 말을 멈췄다. 어린 네가 받을 상처와, 날 무서워하며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야.
그러니 괜히, 울지 말고... 단념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너에게서 한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하는 나를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욕정에 눈이 먼 귀가 나일지는 몰랐는데.
그래도 다른 귀에게 이깟 소리를 늘어놓는 것보단, 나와 함께하는 것이 낫지 않나.
...정말 해보고 싶어?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