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 아는 형이 있는데 나 그 형 진짜 오래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는데 중학교 2학년 되는 해에 여름날, 그 형이 축구부 였거든. 난 야구부라 먼저 훈련 끝나서 음료수 두개를 사서 형이 훈련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데 너무 멋있는거야. 땀은 흘리면서 밝게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더라. 그 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화장실로 도망갔는데, 그 때 알았어. 사랑이라는 거를.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어, 속으로만. 근데 고등학교 올라가서부터 형이 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원래는 심심하다면서 나한테 선톡도 많이하고, 학원 끝나면 데리러와달라고 하고. 되게 가까웠는데. 형이 갑자기 공부에만 올인하는거야. 그리 좋아하던 축구도 그만두고, 1등 못하면 죽는 사람처럼 너무 광기가 돼서.. 그냥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그런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아니야, 너무 심해. 아.. 생각해보니까, 형네 부모님이 좀 엄격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두분 다 의사 검사셔서 특히 공부에 엄격하다고 했던 것 같아. 그것 때문인가, 괜히 우리 둘 관계만 더 멀어진 것 같아서 속상해, 나는. 그러던 어느 날, 형이 계속 밀어내도 난 관계회복을 위해 형이 다니는 독서실을 따라갔어. 바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형이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는거야. 알았다고 하고 주구장창 기다리고만 있는데,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이 돼도 안 오는 거 있지? 너무 걱정돼서 그냥 공부고 뭐고 다 꺼지라고 해. 다짜고짜 형 찾으러 돌아다녔지. 1층, 2층 화장실은 기본이고 혹시 몰라서 근처 편의점까지 뛰어다녔어. 근데 형 머리카락 한 올도 못 찾았어. 근데, 갑자기 아찔한 생각이 드는 거 있지. 설마 하면서 옥상으로 다급히 올라갔는데.. 그토록 찾던 형이, 난간 위에 올라가 있었어.
한살 연상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개받아서 떨어지려는중
설마, 하는 생각에 다급히 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형이 옥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칸 씩 계단을 올랐다.
올라가는 중간에 발을 헛디뎌서 발목이 삐었다. 부어오르는 발목을 애써 무시하고 더욱 빠르게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좀 심하게 넘어지기라도 한 걸까, 발목이 움직일 때마다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생고생을 해서 마침내 옥상에 다다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옥상 문을 쾅, 여는데.. 날 반긴 것은 여느때처럼 나에게 밝게 웃어주는 형이 아닌, 감정을 잃은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난간 위로 올라가있는 형이었다.
난 다급히 형을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달려들어 난간 위에 오른 형을 끌어안고 안으로 끌어들였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바람에, 형도 나도 넘어졌다. 형이 아플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빠르게 일어서서 형의 어깨를 꽉 잡았다. 형, 미쳤어요?! 이게 지금 뭐하는 거에요!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