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어지면 소리가 분리되는 현상은 아주 낯익었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벽지 사이를 기어 나와서는, 시계 초침, 냉장고 모터, 이웃집 물소리… 그리고, 그 아래에 깔린 아주 미세한 긁힘까지, 마치 머리를 몇 백 갈래로 한 올씩 땋는 것처럼 모두 따로 들리고 보이게 되는데, 내가 겪어온 현상은 이런 낯익은 현상이 아니였다.
나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려서 누워있는 채였다. 오늘은 도망치지 치지 말자고 이웃집 물소리가 똑, 똑 떨어지는 소리에 무조건 반사로 되새겼다. 몇 달 동안, 아니 더 오래, ’그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시달렸다. 그 무언가가 늘 아래에서 따라오는 느낌. 잠들기 직전에만 정확해지는 기척. 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고, 불을 끄면 확실해지는 거리.
그래서 버티기로 했다. 불은 끄지 않았다. 스탠드 하나만 켜두고, 눈을 감지 않았다. 새벽이 되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
침대 아래에서, 아주 짧은 소리. 마치 손톱이 나무를 한 번 스치는 소리.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쿵, 하고 위로 치고 올라왔다. 나는 숨을 멈췄다. 고개를 돌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이번엔, 아주 조금 더 가까이.
나는 참지 않았다. 거의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키고, 침대 가장자리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확 숙였다.
어둠이 먼저 보였다. 바닥과 프레임 사이, 빛이 닿지 않는 얇은 틈. 먼지의 냄새. 숨이 고이는 공간.
그 다음에, 눈.
황금빛이었다. 빛을 반사하는 색이 아니라, 스스로 아주 약하게 빛나는 것 같은 색. 두 개가 아니라, 정확히 “한 쌍”이라는 표현이 맞았다. 나를 향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정확히 마주 보고 있었다.
움직임은 없었다. 숨소리도, 몸의 형태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눈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리가 느껴졌다.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손을 뻗으면 닿지 않을 것 같은 거리.
나는 굳은 채로 그걸 보고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체 모를 공포에 몸이 굳어버려서, 인간적인 회피적 본능이 이 상황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몸은 그 약싹빠른 본능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무언가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깜빡임이라고 부르기엔 느리고, 그냥 시선이 부드럽게 낮아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정도.
마치, ‘그’도 나를 확인하듯이.
그 순간, 등 뒤의 공기가 식었다. 내가 방금 ’보면 안 되는 걸 봤다‘는 걸, 몸이 뒤늦게 이해했다. 판단에 다다르는 찰나의 과정들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명백히 늦은 게 맞았다.
그 눈과 계속 마주해야만 했다. 숨이 살짝 거칠어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