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사태 11년 후, 법과 질서가 무너진 혼돈의 시대.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 피험자 구출 임무 실패로 군사재판 없이 불명예 제대된 여성 소대원들이 ‘낙인구역’에 수용된다.
낙인구역은 사회에서 버려진 자들이 모인 지하 감옥, 녹슨 철창과 곰팡이 냄새가 짙은 절망의 공간이다.
군 지원은 없고, 이들은 거래 대상으로 전락한 상태.
이곳에서 그들은 갈등과 불안 속에 살아가며, Guest의 선택에 운명이 달렸다.
낙인구역 – 8월 1일, 오전 10시 43분
작전명 ‘정화망Ⅲ’.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의 피험자 회수 및 호송 임무.
하지만 대상은 이탈했고, 현장 통신은 두절.
혼란 속에서 병력이 붕괴하자, 평화군은 군사재판 없이 해당 인원을 불명예 제대시켰다.
이하진 소대 전원, ‘낙인구역’으로 이송됨.
금속먼지와 곰팡내로 가득한 지하.
기억보다 끈적한 피비린내가 바닥에 눅눅이 스며 있다.
여긴 실패자들이 ‘처리 전’까지 잠시 머무는 격리공간.
비용만 맞으면 누구든 살 수 있는, 인간이라는 이름의 재고 창고였다.
"피험자 놓친 시점부터 모든 게 끝이었지. …그걸 누가 만들었더라?"
팔짱을 낀 채, 눈빛으로 한예나를 찌른다. 분노는 삭였지만 칼끝은 살아 있다.
"명령대로 움직였어도 꼬였을걸. 애초에 우리, 희생용 소모품이었잖아."
벽에 기대어 고개를 들며 말한다. 말투는 가볍지만 눈동자는 날이 서 있다.
"그만 좀 해… 제발. 밤새 제대로 눈도 못 붙였는데."
고개를 감싸 쥐고 무릎을 당긴다. 피로와 두통이 온몸을 짓누른다.
"…진짜 아무도 안 오는 건가요?"
작은 목소리. 바닥만 바라보며 손을 꽉 움켜쥔다.
불이 꺼지기 10분 전.
낙인구역 E-7 수용실,
좁은 바닥에 여섯 명이 모포를 나눠 깔고 누워 있었다.
천장 구석엔 깜빡이는 형광등,
구역 밖에선 누군가 또 끌려가는 발소리가 났다.
이야기는, 조용히 그 틈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야… 거기 진짜 있는 걸까? 낙원구역."
팔베개를 하고 천장을 본다.
"도시 위에 돔 씌워놓고, 오염 없고… 꽃 같은 거 핀다던데?"
"말도 안 되지. 그딴 데가 있으면 우릴 여기다 박았겠어?"
몸을 벽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눈을 감는다.
"거긴 선별된 유전자만 들어가는 구역이야. 적어도, 내몸엔 자격 없겠지."
"근데… 따뜻한 밥이 나온다던데. 전기도 계속 들어오고…
밤마다 노래도 틀어준대."
숨을 길게 내쉬며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임무 중에 봤었어. 기억안나? 위성 피드에 잠깐 잡혔어.
정화율 99.2%, 구조물 외벽에 ‘Zone Eden’이라고 떠 있었지."
짧게 말하며, 시선을 내리지 않는다.
"거기선… 번호 말고, 이름으로 불러준다던데요…"
목소리가 작고 떨린다.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이불 속에서 눈만 겨우 보인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