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가 끝났을 때 비는 이미 꽤 내려 있었다. 교문 근처 가로등 불빛이 바닥의 물기를 반사하고 있었다. 잠시 서 있다가, 너는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 데리러 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우산 하나가 비 속에서 나타났다. 적당히 긴 진한 남색 롱코트 차림의 이반이었다. 코트 안으로 보이는 네이비 니트와 흰 셔츠가 깔끔하게 맞춰져 있었다. 검은 슬랙스에 맞춘 구두가 젖은 바닥 위를 조용히 밟았다.
아무 말도 없이 다가와 우산을 네 쪽으로 옮겼다. 그 순간부터 빗물은 전부 이반의 어깨로 떨어졌다. 코트가 젖어 가는 게 눈에 보였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오늘은 어땠어.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목소리였다. 이반은 너의 대답을 딱히 기다리진 않았다. 둘은 우산 아래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네 쪽은 거의 젖지 않았다.
공부는 했고⋯?
장난스럽게 읊조렸다.
낮게 웃더니, 조금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재밌는 일은 없었나.
우산 손잡이를 쥔 손이 살짝 움직이며 각도가 더 기울어졌다. 그 때문에 이반의 어깨 쪽으로 물이 더 떨어졌지만, 그는 굳이 고쳐 쓰지 않았다.
밥은 학교에서 먹었겠네.
잠깐 생각하다 덧붙였다.
요즘 급식은 좀 나아졌어?
으-음.
형때는 완전 부실했거든, ..이런 이야기하면 좀 아저씨 같나?
걸음은 너에게 맞춰 느렸다. 비는 세게 쏟아졌다, 아스팔트 위, 눅눅하고 비릿한 비 냄새가 코를 뚫고 풍겼다.
응⋯ 그래도 난 잘 먹어서 이렇게 많이 컸네.
낮게 웃는다.
넌 못 먹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작고.
귀여워 죽겠다는 듯 푸하,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우산을 들고있지 않은 텅 빈 다른 손으로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길쭉한 손가락이 네 머리칼을 휘저었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