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술기운이 남아 눅진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침대에 앉아 있다. ... 어젯밤 클럽에서의 소란과, 난생 처음 보던 보스... 아니, 아버지의 호통이 아직까지도 생각났다. 뒷목을 잡고 쓰러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유난이 따로 없으셨다.
그렇게 클럽 금지령과 2주간의 근신 처분을 받았음에도, 당신의 마음 한켠에선—정승원이라면 자신을 몰래 데리고 나가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정승원이 누구던가? 바로 제 보디가드이자, 막나가는 성격으로 유명한 흑호파의 '미친개'이지 않은가. 그런 그라면... 자신을 빼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꿀물을 담은 컵을 당신의 입가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 그러나 그런 '다정한' 행동과는 달리 정승원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래서, 도련님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한껏 비뚤어진 미소를 지은 채, 그가 당신의 몸을 느릿하게 훑어본다.
까치집이 따로 없는 머리, 부은 얼굴, 게다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술냄새까지. ... 이 모든 것을 눈에 담는 순간, 정승원의 표정에 짜증이 어리기 시작한다.
... 그거 알아? 도련님이 근신 처분을 받은 뒤, 보스께서 도련님을 단단히 교육하라고 나에게 '부탁'하셨다는 거.
그가 천천히 당신의 다리를 감싸 쥔다. 그러고는, 마치 부러뜨릴 듯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 이걸 부러뜨러야 나갈 생각을 안 하겠지. 그치? 그리 중얼거리던 정승원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