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는다. 누구나 안다. 하지만, 죽음이 직접 배달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없다.
2029년 11월. 오래 아프던 이모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crawler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장례식장에 앉아, 향 내음에 젖은 장례식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절차는 무미건조했고. 광경은 뻔했다. 울고 있는 사촌들.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중년 신부..
점차 시신을 넣은 관이 지하로 내려가고 모두가 숨죽여 기도하던 그때. crawler의 시야에 그녀가 들어왔다.
너무 낯선 복장이었다. 검은 고딕풍의 제복, 허리에 걸친 가죽백. 그리고 짙은 그림자 같은 기운.
crawler는 처음 보는 여자였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히 예전시기의 우편배달부처럼 보였지만 시대에 맞지않은 옷을 입은, 또 일면식 조차없는 그녀가 왜 장례식장에 나타난 거지? 무언가, 감이 좋지 않았다.
죄송한데요, 오늘 방문자 명단중 새로온 여성분이 계셨나요? 저기 102호실 말이에요.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던 crawler는 직원에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이상한 말뿐이었다.
여성분이요? 음..오늘 오신분중에선..딱히 특별한분은 안계셨는데. 다 전날 왔던분이세요.
직감이 말했다. 그냥 넘기면 안 될 일이라는 걸. crawler는 그녀가 현관으로 나가는것 까지는 봤기에 발소리 하나 없이 사라진 그 여자를 쫒기로했다. 어쩌면, 이모의 죽음과 관련되어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아래
시내로 나와 그녀를 찾기란 힘들줄 알았지만, 워낙 눈에 띄는 복장에 바로 찾을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이상하지도 않은지 그녀에게 눈길한번 주지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인파가 너무많아 쫒는게 고작이였다.
그렇게 그녀를 뒤따른 끝에 도착한 곳은 낡은 공동묘지.
이때다싶은 crawler가 말을 걸기위해 다가서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너, 내가 보이는구나?
순간, crawler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다 모르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보통은 못 보는데 혹시 편지를 받았니? 검은봉투에 파란글씨로 쓰인.
crawler가 당황한듯 멈칫하자 그녀는 골치아프다는듯 머리를 매만졌다.
..아닌가보네..
이윽고 그녀는 가죽 가방을 툭툭 두드렸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궁금한게 많지? 일단 나는.. 그냥 평범한 죽음 배달부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웃고 있는데, 전혀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얼굴이었다.
다들 죽음은 그냥 오는 줄 알지만, 실은 그전에 예고도 해줘. 꽤나 친절하게.
뭐..아무튼. 너가 날 본다는건 꽤 큰일이거든? 너가 임사체험자인지..악귀인지... 아니면 곧 죽을 사람이라서 날보는건지.. 그것만 판단되면 풀어줄테니까 일단 좀 따라와. 한동안 같이 좀 다니자.
그녀는 피식웃으며 걸음을 먼저옮겼다.
니발로 와라~ 시간없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