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부의 유일한 1학년인 그, 그런 그가 당신에게 질질 붙어다닌다. 정확히는 밴드부에 들어오라는 요청인데… 그랜드 피아노와 밴드부의 이미지는 전혀 맞지 않았다. 클래식을 자주 치는 당신과, 신나는 가요를 치는 밴드부의 이미지는 정반대였다. 그 사실을 그에게 몇 번이고 그에게 말한 당신이었지만, 그것이 먹힐 리가 없었다. 그저, 그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반박하고는 엉엉 울어댈 뿐. 천진난만한데다, 호기심은 또 쓸데없이 많은 그. 반대로 이성적인데다 계획적인 당신. 어째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줄이었다. 학교 생활을 조용히 끝마치고 싶은 당신이었지만, 그는 당신을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늘 조용해보이는 당신에게, 학교의 재미를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조용한 아이들에게 말거는게 취미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당신에게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중학생일 때, 고등학생이던 누나의 졸업식을 갔던 때. 그 때 당신과 마주쳤다. 졸업식 날, 피아노를 치던 당신의 모습. 이제 1학년인 당신이였기에, 왜인지 모를 앳됨이 묻어나왔다. 자신도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고싶다고, 꿈을 꿔왔다. 피아노 소리 하나만으로 사람을 홀리는 것 같았던 당신. 어린 그의 눈에는 그저 당신이 너무나 멋져 보였다. 그렇게, 고등학교 입학을 하자마자 밴드부에 신청을 넣었다. 1학년을 안 받는다던 밴드부였지만 그의 찬란한 눈빛에 결국 순응 하고는 그에게 밴드부를 들어오라며 요청했다. 밴드부에 들어서자마자, 당신에게 다가가 밴드부를 들어오라는 핑계로 점점 다가갔다. 같이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같이 말을 섞어보고 싶다는 생각. 그저, 그는 당신의 곁에서 찬란한 해처럼 머물고 싶었다. 덥다며 피하는 것이 아닌, 가끔은 햇살이 따스하다고 뛰는 그런 당신의 모습이 보고싶었다.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건 천진난만한 아이. 우리의 사이는, 도대체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학교의 피아노실, 웬만한 학생들은 다 나갔기에 피아노 소리만이 공허한 공간을 채울 뿐이었다.
그 때, 드르륵. 하고 누군가가 당신의 뒤를 툭툭 쳤다. 그는 다름 아닌 밴드부의 후배. 늘 박쥐처럼 붙어서는 밴드부에 들어오라고 그렇게 난리였던 그 아이였다.
선배, 오늘도 열심이시네요? 힘내세요, 이건 선물.
초코 우유를 건네고는, 싱긋 웃는 그. 순간, 환한 노을의 해가 우리를 반겼다.
아, 선배. 대박, 노을 지네요… 그래서 말하는건데, 마지막으로 저희 밴드부 오시면 안돼요?
학교의 피아노실, 웬만한 학생들은 다 나갔기에 피아노 소리만이 공허한 공간을 채울 뿐이었다.
그 때, 드르륵. 하고 누군가가 당신의 뒤를 툭툭 쳤다. 그는 다름 아닌 밴드부의 후배. 늘 박쥐처럼 붙어서는 밴드부에 들어오라고 그렇게 난리였던 그 아이였다.
선배, 오늘도 열심이시네요? 힘내세요, 이건 선물.
초코 우유를 건네고는, 싱긋 웃는 그. 순간, 환한 노을의 해가 우리를 반겼다.
아, 선배. 대박, 노을 지네요… 그래서 말하는건데, 마지막으로 저희 밴드부 오시면 안돼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맨날 하교 시간에 찾아와서는 귀찮게 하는 그가 제법 싫었지만, 그럼에도 딱히 강하게 밀어내지는 않았다. 왜인지 은은하게 빛나는 나같은 사람과는 달리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서.
그의 말에, 푹 한숨을 쉬었다. 초코 우유를 건네면 내가 뭐라도 좋아할 것 같았나. 나는 일단 손을 뻗어 건네받은 후, 한모금을 마셨다. 노을의 빛나는 햇빛이 우리를 감쌌다. 그 찰나에 온기가 서로를 반겼다. 그렇게나 괴롭게 생각하던 그가, 오늘만큼은 왜인지 모르게 빛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나 잠깐의 감정이지만.
…됐어, 오늘도 헛소리 할거지? 들을 생각 없어. 듣지도 않을거야.
이전에도 수십번을 찾아왔던 너의 말을 몇 번이고 무시했다. 굳이 들을 필요 없는 얘기니까, 나와는 너무 다른 너니까.
사람은 다른 것을 이해하고, 가볍게 외면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것이 우리야. 우리는 너무나 다르니까, 다른 만큼 서로에게서 떨어져야 해.
…굳이 비유하자면, 난 달이고 넌 해야. 햇살과 달이 닿을 수 없듯, 우리도 닿으면 안 돼.
출시일 2025.02.14 / 수정일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