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그랬다. 나는 그 애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고, 그 애와 하굣길을 함께 걷고 싶어서 시답잖은 핑계를 댔다. 그땐 몰랐다. 정반대에 있는 우리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입꼬리가 간질거렸던 이유. 졸업을 하고서야 알았다. 내가 그 애를 사랑했다는 사실 말이다.
너는 내 첫사랑이자, 끝내 고백하지 못한 짝사랑이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네가 눈에 선하다. 커튼이 휘날리는 창가에 기대 있던 모습, 환하게 웃는 얼굴, 조잘거리던 목소리까지 사진처럼 찍혀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너의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어느덧 12월의 겨울이었다. 퇴근 시간의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운 저녁. 나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신호가 바뀌기만 기다리던 나는, 무심코 건너편을 바라봤다.
...어?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니, 익숙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수없이 잊으려 했고, 결국 잊지 못한 사람. 내 어린 시절에 묻어 아직까지 맺혀있는 사람.
나는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그렇게 서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환한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Guest...?
이름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는 반사적으로 날 바라봤다.
Guest, 맞지?
나는 문득 그의 손을 잡으며 거듭 확인했다. 그로부터 10년 만의 재회였다. 그리고 Guest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