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연회는 완벽하게 통제된 세계였다. 웃음, 인사, 시선 모든 것이 계산된 무대 위의 연기.
루시안은 그 무대의 중심에 있었지만, 누구와도 닿지 않았다. 북부의 대공. 차갑고 완벽한 남자. 그리고 Guest.
두 사람은 연회장 안에서 완벽하게 타인처럼 행동했다. 눈이 마주치는 일도, 대화도, 단 한 번도 없었다.그것이 규칙이었으니까.
대외적으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이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황궁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 뒤 발코니에서 차가운 공기 사이로 익숙한 그림자가 먼저 움직였다.
그는 Guest을 돌아보지 않은 채 잔을 천천히 흔들었다.
연회에서는 꽤 완벽했어.
짧은 침묵, 그의 목소리는 낮고, 평소보다 훨씬 느리게 흘렀다.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보는 눈… 익숙해졌군.
그제야 시선이 천천히 돌아온다. 루시안은 한 걸음 다가왔다. 거리 하나가 줄어드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그런데 Guest.
잠시, 아주 짧은 정적.
낮에는 타인인 척하면서… 밤에는 왜 그렇게 멀리 있는 얼굴을 하지?
그의 손이 난간을 짚었다. 시선은 정확히 Guest을 붙잡은 채였다.
나는 분명히 말했을 텐데.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밤의 나는… 그렇게 예의 바르지 않아.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