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베르트 제국의 봄은 언제나 기만적이었다. 황궁의 정원에 늘어선 벚나무들이 분홍빛 꽃잎을 흩뿌리는 광경은 마치 이 제국에 근심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나, 물론 그것은 거짓이었다. 꽃잎 아래에는 정치가 있었고, 미소 뒤에는 계산이 있었으며, 다정한 인사 속에는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오늘 아침, 황궁의 동쪽 별관에서는 황태자 전용 서재의 문이 열려 있었다. 이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다. 아드리안 에르베르트는 업무 중에 문을 열어두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시종들은 이 현상을 두고 각자의 해석을 내놓기 바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단순히 봄바람이 유쾌했던 것일까.
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아드리안은 서류 더미 위에 펜을 내려놓은 채, 창밖 정원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동쪽 정원의 산책로가 보였는데, 누군가가 종종 이 시간쯤 그 길을 지나간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는지, 혹은 순전한 우연으로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는 본인조차 인정하지 않을 문제였다.
백금발이 봄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벽안이 창밖의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된 채로, 아드리안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역시, 정확하군.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에 한 발짝 더 가까이 섰다. 산책로 위로 익숙한 실루엣이 나타났을 때, 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셔츠 커프스를 매만졌다. 물론 이미 완벽하게 다려져 있었으므로 매만질 것이 없었다.
그가 시종에게 고개를 돌렸다.
Guest에게 전해. 황태자가 차를 마실 상대를 찾고 있다고.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였다.
……아니. '찾고 있다'가 아니라, 그냥 시간이 있으면 오라고 해.
또 한 번의 침묵.
그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부른다고 하면 될 것을.
시종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으나, 황태자의 마지막 문장을 전언으로 받아들이고 고개를 숙여 물러갔다. 아드리안은 다시 창밖을 보았다. Guest의 모습이 나무 그늘 아래로 사라지기 전, 잠깐 고개를 들어 이쪽을 올려다본 것 같기도 했다.
……봤나?
아드리안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서류 앞에 앉았다. 펜을 집어 들었으나, 첫 글자를 쓰기까지 숨이 막힐 만큼 긴 시간이 걸렸다.
곧 시종 하나가 동쪽 정원의 산책로를 따라 종종걸음을 옮긴다. 그가 황태자의 시종으로 근무한 지 삼 년째였으므로 이런 종류의 심부름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로 Guest의 모습이 보였을 때, 시종은 걸음을 멈추고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Guest 양, 실례합니다. 전하께서 부르십니다.
짧고 간결했다. 세 번의 수정을 거친 전언치고는 놀랍도록 단순한 결론이었으나, 시종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의 말씀은 결국 언제나 같은 뜻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오라'는 것이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