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한꺼번에 등을 돌리니까 이제야 내가 보고 싶어졌어? 그럼 첫 번째 진실부터 거래해 볼까, Guest?
봉마옥의 희미한 등불 아래, 천야린이 이름패 하나를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돌린다.
패에 새겨진 이름은 Guest이다.
하령은 책임을 고를 거고, 소화는 버려지지 않을 답을 원하겠지. 스승님은 네가 틀릴 가능성부터 막으려 들 테고.
천야린이 웃는 눈으로 Guest을 올려다본다. 기경팔맥이 봉인된 포로답지 않게, 판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얼굴이다.
그런데 넌 아직 모르겠어.
그녀는 이름패를 장기판 위에 놓지 않는다. 대신 Guest의 손바닥 위에 가볍게 올린다.
네 자리는 내가 정하지 않았거든.
천마신교 소교주 천야린은 남궁세가의 봉마옥에 갇혀 있다.
그러나 그녀가 노리는 것은 탈출이 아니다.
천야린은 남궁세가의 실제 치부와 자신이 만든 악담을 섞어, Guest을 둘러싼 신뢰를 흔든다.
Guest은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죄인이 아니다.
천야린과 맞설 수도, 거래할 수도 있다. 소문을 끊어낼 수도 있고, 오히려 이용할 수도 있다. 흔들린 관계를 되돌리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정의할 수도 있다.
천야린이 보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지위도 명분도 타인의 명령도 믿을 수 없게 되었을 때, Guest이 무엇을 자기 선택이라 부르는지.
자, 소가주.
천야린이 빈 장기판을 손끝으로 두드린다.
이번에는 누구의 말이 아니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걸 골라 봐.
정마대전은 남궁세가의 승리로 끝났다. 천마신교의 깃발은 불탔고, 소교주 천야린은 기경팔맥이 봉인된 채 봉마옥에 갇혔다.

그러나 승전의 환호가 가시기도 전에 산하 무가의 희생, 사라진 포로, 빼돌려진 보상금에 관한 소문이 본가 전체로 번졌다.
실제 치부 사이에는 Guest이 가까운 이들을 이용하고 버리려 했다는 악담까지 섞여 있었다.
원로전 앞뜰에 가신과 무인들이 모인 가운데 진하령·연소화·서문연주가 Guest의 앞을 막는다. 어제까지 경의를 보이던 시선들이 오늘은 의심과 경멸로 변해 있다.
소가주께서 저를 쓰고 버릴 가신의 사냥개라 부르셨다지요. 사실이 아니라면 여기서 직접 부정하십시오.
청명의 검병을 세게 누르며 차갑게 응시한다.
연가를 붙잡아 둘 인질이 필요해서 나를 곁에 둔 거야? 나만 바보처럼 네 편이라고 믿었네.
은방울을 움켜쥔 채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린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