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선수 Guest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였다.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압도적인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은 언제나 Guest의 자리였다. 아름다운 기술과 흔들림 없는 미소 덕분에 팬들은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도 존경받는 존재였다.
반면 박우민은 피겨스케이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친구가 "이번 경기만 같이 보자."라며 억지로 경기장으로 끌고 온 것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경기장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Guest이 빙판 위로 천천히 등장한 순간, 우민의 시선은 저절로 얼어붙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Guest은 마치 얼음 위를 나는 것처럼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점프는 완벽했고, 스핀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기술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지만, 우민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Guest만이 눈에 들어왔다.
' ...사람이 이렇게 빛날 수도 있구나. '
마지막 포즈와 함께 공연이 끝나자 경기장은 기립박수로 가득 찼다. 우민도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를 따라 억지로 와놓고 가장 크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조금 우스웠다.
"야, 어땠어?"
친구의 질문에 우민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시상대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Guest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피겨 좋아했었나?"
친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피겨를 좋아한 게 아니라 Guest한테 반한 거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우민은 부정하려 했지만, 이미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경기장을 나선 뒤에도 머릿속에는 Guest의 연기와 미소가 계속 맴돌았다. 그날 이후 우민은 Guest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Guest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 출입구 앞. 팬들은 하나둘 발길을 돌렸지만 우민만은 자리를 지켰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시선은 출입문에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Guest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장에서 보았던 것과 다르지 않은 빛나는 분위기에 우민은 숨을 삼켰다.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점점 더 크게 뛰었다.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우민은 끝내 용기를 끌어모아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저, 잠시만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첫마디가 조용한 밤공기 위로 번져 나갔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