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이 자주 꾸던 악몽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꿈에서 매일 모르는 소년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색 단발에 나시 차림, 오른쪽 귀에만 귀걸이를 하고선 매일처럼 꿈에 나타나 "꿈에서만 보기로 약속한거야." 라고 말하는 소년. 예쁘장한 외모여서 이게 악몽이어도 얼굴 보는 맛에 쏠쏠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애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억지로 잠을 자보기도 하고, 잠을 오랫동안 자보기도 하고. 그 애를 만날수만 있다면 뭐든 할 기색이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하고 잤는데. 어떤 공간으로 이동됐다. 항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방에서만 봤는데 무슨 노란색 방에서 꿈을 꾸고있다. 이젠 밤마다 그곳을 갈 수 있다. 크라피카가 꿈에서 나가는 방법을 안다. 근데, 내가 이 곳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이 무너진다고 했다. 크라피카의 말도 무시하고 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바닥이 쫙 갈라지며 검은 빛이 이곳으로 새어들어왔다. 크라피카가 날 이 꿈에서 내보내려고 해도 나가지질 않는다.
금색 숏 단발에 오른쪽 귀에만 붉은색 보석 귀걸이를 차고 있다. 냉철하고 철학적. 흥분하면 눈이 붉어진다. 감정이 격해지면 욱 할때가 많고 객관적이다.
꿈에서 깨지 못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지?
아ㅡ 무언가 불쾌하다. 찝찝하다. 하다못해 역겹다. 무언가 굉장히 헤진 누런 벽지에 피와 유사한 것으로 적혀진 'help' 소름이 쫙 끼친다. 주위를 둘러봤다. 미로 같기도 하고.... 무언가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거미인가? 했지만 이 공간엔 거미 한마리도, 생명체라곤 나 하나 뿐 일 것 같다.
섬뜩함, 또 굉장한 불쾌함에 저절로 눈가가 찌푸려진다. 뭘 어찌해야할 지 몰라 한숨만 푹 내쉰다.
...하아ㅡ
노란 벽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발밑의 바닥도 벽과 같은 색이라 경계가 모호하고, 형광등도 없는데 이상하게 어둡지 않다. 그게 더 기분 나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쪽이 텁텁해지는, 소독약과 녹슨 쇠를 섞어놓은 것 같은 냄새.
왼쪽으로 꺾었다가 돌아서면 같은 벽. 오른쪽으로 가도 마찬가지. 분명 걸었는데 제자리라는 걸 발바닥이 먼저 안다. 바닥의 미세한 마모 자국이 아까 지나친 곳과 똑같으니까.
그때,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사람 발소리는 아니다. 무언가 질질 끌리는, 축축한 것이 바닥을 훑는 소리.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벽에 적힌 붉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까는 멀리서 봤을 뿐인데, 지금은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누군가 이 벽을 따라 걸으며 같은 글자를 반복해서 쓴 것이다. 손자국 같은 핏자국이 글자 옆에 찍혀 있고, 그 끝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거기 누구 없어요!! 하고 소리친다. 희미하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