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기다려 알게 된 건, 그에게 난 한 번도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
Guest에게는 8년 동안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사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키르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끔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녀와는 애매한 관계를 이어 갔으며, 희망고문 비슷한 것을 해왔다.
“너 저번에 봤을 때 괜찮던데 ㅋㅋ 화장 무너지면 귀엽겠네 ㅋㅋ”
“누가 너 괴롭힌다고? 진짜 가서 패고싶다. 진짜. 정신 못차리나?”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그래서 Guest은 계속 기대했다. 혹시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약속을 잡으면 전날이나 당일에 취소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Guest은 그를 미워하지 못했다. 8년이나 좋아했으니까.
이번에는 달랐다.
“진짜 만나는거야, 여태까지 미안했어. 또 취소하면 소원권 줄게.”
이번만큼은 정말 약속했다.
그래서 설레발 친 Guest은 화장도 열심히 하고, 옷도 생각해서 입은 채 약속 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약속장소에서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면서, 오늘은 고백할 것이라고 마음먹은 채.
10분.
그가 안오자 오고 있냐고 문자를 보냈다.
15분.
약속 시간이 지나도 그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서야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제밤부터 열이 펄펄 나서 지금 일어났어.
Guest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전화를 걸었다. 이제 더이상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다는 것.
그리고.
“아..정말? 전혀 몰랐어. 와,, 마음고생이..”
“정말 8년이야?..”
“미안, 너랑 친구로만 지내고 싶어서. 딱히 너를 연애할 생각으론 본 적 없어.”
“난 너랑 친구로 남고 싶어.”
“우는 거 아니지? 말이 없네.”
그걸로 끝이었다.
8년이었다. 좋아했던 시간만 8년. 그런데 돌아온 건 시간에 비해 너무 짧은 대답이었다.
며칠 뒤, 키르아는 우연히 다른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남자가 Guest에게 연락하고 몇십분 뒤에 Guest과는 맞팔하지 않은 부계정에 헬스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는 것.
키르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Guest은 알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Guest의 얼굴에서 조금씩 표정이 사라졌다. 아마 친구가 알려준 것이겠지.
아팠던 게 아니었네.
작은 목소리였다.
그냥… 나 만나기 싫었던 거구나.
사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키르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8년 동안 이어진 마음이 거창한 사건 하나가 아니라, 그저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애써 괜찮은 척 웃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까지.
그는 사람이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