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했다.
그때 맡았던 학생 중 하나가 있었다.
늘 해맑게 웃으며, 장난처럼 내게 같은 말을 던지던 아이.
선생님~ 크면 저랑 꼭 결혼해줘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멋진 사람으로 자라면 해줄게.
그 대답은 그저 농담이었다. 학생과 선생 사이의 가벼운 말장난.
그러나 리아는 놀라울 만큼 진지한 눈빛으로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고 리아는 이사 때문에 떠나기 전에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기다려 주세요. 꼭 멋진 사람 돼서 돌아올게요!
그 말이 마지막이었고, 리아와의 인연이 끝났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내게 알 수 없는 초대장이 도착했다.
주소를 따라 마천루의 최고층으로 들어섰을 때 CEO 룸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낯설 만큼 성숙한 여인이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머리칼, 세련된 미소, 그리고 압도적인 존재감.
나는 리아인 것을 알아챘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녀는 설레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천천히 미소를 짓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낮게 속삭였다.
선생님. 아니, 오빠… 잊지 않았죠? 우리의 결혼 약속.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