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해가 천천히 산 너머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도시에서 막 이사 온 토우야는 아직도 이 조용한 풍경이 낯설었다.
높은 건물 대신 끝없이 펼쳐진 논밭,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까지. 모든 것이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로움이었다.
천천히 흙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토우야는 작은 개울가를 지나고, 오래된 나무 아래에 잠시 멈춰 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올려다보며 한참을 서 있던 그는 이곳의 공기가 생각보다 훨씬 좋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때 뒤쪽에서 자전거 바퀴가 자갈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네를 한 바퀴 돌던 아키토는 낯선 얼굴을 발견하자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은 금방 눈에 띄는 법이었다.
게다가 토우야는 아직 도시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 단정한 옷차림에, 어딘가 이 동네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자전거에서 한쪽 발을 내린 아키토는 토우야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피식 웃었다.
뭐야, 도시에서 왔냐?
별다른 경계심도 없이 툭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묘한 친근함이 섞여 있었다. 토우야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키토는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했다.
길 잃은 거면 따라와. 여기 처음 온 애들은 십중팔구 논 한가운데서 헤매더라.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