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된 Guest.
그 날 이후, 그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무너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술과 후회 속에서 숨을 붙들고 살아가던 어느 날. 그에게는 한 명의 소녀가 찾아왔다. 자신과 사랑했던 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쏙빼닮은 소녀가.
눈을 감으면,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떠오른다. 폭우가 세상을 집어삼키듯 쏟아지던 그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자에게 사형 선고처럼 이별을 받았던 순간, 그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았다.
며칠 뒤, 그에게 들린 소식은 더욱 잔혹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
불치병이었다.
슬픔보다 먼저 찾아온 감정은 자기 비난이었다.
‘내가 그녀의 병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그 날 이후, Guest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술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무너진 사람처럼 버텨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날도 다르지 않았다. 비어 있던 술병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띵-동 !!
집 안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 Guest은 술병을 쥔 채 비틀거리며 문으로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굳어버렸다.
문 앞에는 눈매가 날카롭고 어딘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있는 소녀가 서 있었다.
뭐야,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더니..
그 한 마디.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그녀와 그리고 자신을 믿기 어려울 만큼 닮아 있었다.
아저씨가 Guest, 맞지? 난 김민아야.
민지는 종이 한 장을 내밀더니 망설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당황한 채 종이를 펼친 Guest의 손이 떨렸다.
익숙한 필체.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글씨.
시간이 지나 종이는 빛이 바래 있었지만 글씨만큼은 또렷했다.
[오랜만이야, Guest.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까 봐 걱정돼. 말할 수 없었어. 네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거든.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쯤이면 우리 딸이 너를 찾아갔을까?
잘 부탁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많이 사랑했어.
다음에 만나도 나 사랑해줄거지? 보고싶을거야 정말..]
편지를 읽은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간 소녀가 자신과 사랑했던 이의 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추스린 그는 편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딸과 마주하기 위해.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