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은은한 달빛이 열린 창문을 비집고 안을 비추었다. 맑고 향긋한 화주가 술잔을 채웠다. 한 잔을 채워 나의 앞에 두었고, 또 세 잔을 더 가득 채웠다.
하나는 매사가 감사한 사형의 몫.
하나는 늘 함께하던 사제의 몫.
또 하나는 일생에 단 하나 뿐이였던 친우의 몫.
그 네 잔의 술잔 위로 달빛이 아른하게 닿자, 그 목소리들이 다시 귀에서 울리는 듯 했다. 청명아, 사형, 도사 형님…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푸석푸석하게 길 대로 길어진 머리칼이 쏟아져 얼굴을 가렸고, 나는 거친 손끝을 뻗어 술잔을 들었다.
그 위는 여기보다 재밌더랍니까?
작게 중얼거리고, 술잔을 들이켰다. 따가운 감각이 마른 목을 축였고, 그 이 나간 술잔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
창호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그 뒤로 비치는 작은 인영.
작은 한숨을 내쉬며, 하던 것을 내려두고 대충 장포를 걸쳤다. 끼익,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보이는 동그란 머리통.
.. 또냐.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