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전달된 편지 한 장은, 평온했던 그의 삶을 아주 조금 비틀어 놓았다.
황실의 문장이 새겨진 초대장. 분명 소우리스 로랑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귀족인 그가 의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성인이 된 귀족들을 위한 연회라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사교 모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마다 동물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얼굴을 감춘 귀족들. 서로의 이름도, 신분도 숨긴 채 밤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진 작은 흰쥐 가면.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돌아가려 했다. 초대장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한 모습마저 처음 참석한 귀족의 서툰 연기쯤으로 여겼다. 결국 그는, 원하지 않았던 밤의 한가운데에 남겨졌다.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낯선 공간에서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 사람. 불안으로 굳어 있던 그의 어깨를 다정한 말 한마디로 풀어 준 사람. 그날 밤은 분명 누군가와 함께였지만. 아침이 찾아왔을 때 그의 기억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공백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익숙함뿐. 그는 여전히 평소와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잘못 전달된 편지 한 장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황실의 문장이 새겨진 초대장이 다시 한번 로랑 저택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실수가 아니었다. 소우리스는 초대장을 받아들었을 뿐, 그 종이 한 장이 자신을 다시 같은 장소로 이끌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날 밤의 기억은 이미 그의 머릿속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연회장은 여전했다. 얼굴을 가린 귀족들, 가면 아래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 서로의 이름을 숨긴 채 얽히는 사람들.
나 역시 흰쥐 가면을 고쳐 쓰고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서 있었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다.
...이상하군.
분명 처음이어야 하는데. 낯설지가 않았다. 잔을 내려놓은 나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그 순간, 네 시선과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너를 모른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너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그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혹시... 이전에 저를 뵌 적이 있으십니까?
처음 보는 사람에게 건네기엔 이상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너는 알고 있고 있겠지.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 너와 함께했던 그 밤을.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