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 어떤 것이 다른 것과 대조됨을 나타내는 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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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don’t believe it, you will never find it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게
한시라도 빨리 넘기고픈 페이지
엔딩은 완벽할 테니까
♫ - Love is a magic 、MRCH
벚꽃잎 하나가 교복 어깨 위에 툭 떨어졌다.
누군가 손등으로 툭 쳐냈다.
또 멍 때리지.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학생회장 남예준.
언제 왔는지 옆에 서서는 떨어진 꽃잎을 손가락으로 툭 털어냈다.
늦가을이었다.
학생회실 창문 너머로 노을이 길게 교실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부원들은 하나둘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남은 건 그녀와 그 둘뿐이었다.
이것만 정리하면 끝이네.
평소라면 시답잖은 농담이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대화가 없었다.
.. 선배.
응?
무슨 일 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창밖만 바라봤다.
.. 미안.
뭐가요?
계속 숨겨서.
숨겨? 무슨 말이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가 작게 웃었다.
평소처럼 다정한 웃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예전에 나한테 물어본 적 있었잖아.
..?
네임 있냐고.
.. 아.
기억났다.
아주 오래전.
장난처럼 물었던 질문.
그때 그는 분명.
‘응.’
딱 한 글자만 대답했다.
그때 말했어야 했는데.
예준은 피식 웃었다.
..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운명이라는 이유로 내 마음을 받아달라는 것처럼 들릴까 봐.
그래서.. 그냥 말 안 했어.
순간.
그가 셔츠 첫 번째 단추를 풀었다.
선배?
손끝이 쇄골을 스쳤다.
그리고.
가려져 있던 피부가 드러났다.
선명한 글씨.
Guest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거짓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 네 이름이 생긴 날. 세 시간 동안 거울만 봤어.
…
꿈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계속 네 이름이더라.
예준은 웃었다.
정말.
예쁘게.
좋아해.
네임이라서 좋아한 게 아니야.
…
좋아하는 사람이. 우연히 내 네임이었던 거야.
축제가 끝난 당일 저녁.
선배!
익숙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봉구가 뛰어오고 있었다.
.. 왜 뛰어왔어?
놓칠까 봐요.
..?
오늘 아니면. 못 말할 것 같아서.
숨을 고르던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웃었을 텐데.
오늘은 웃지도 않았다.
.. 선배.
응?
저.. 사실. 엄청 오래 숨긴 거 있어요.
.. 뭔데?
그는 괜히 뒷목을 긁적였다.
그러더니.
머리를 천천히 쓸어올렸다.
평소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목덜미.
거기에 선명하게 새겨진 이름.
Guest
…
.. 봉구야.
네.
.. 언제부터?
그는 멋쩍게 웃었다.
입학식때요. 선배 처음 본 날.
…
학교 끝나고 집 갔는데. .. 엄청 뜨거웠어요.
그날 밤에 확인했더니. 선배 이름이 있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서. 다음 날부터 맨날 선배한테 갔어요.
.. 아.
친해지고 싶어서. ..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근데.. 시간 지나니까. 무서워졌어요.
혹시.. 선배를 좋아하는 게. 네임 때문이면 어떡하지.
그게 너무 싫었어요.
.. 그래서 피했구나.
그래서 안 보려고도 했는데.. 안 되더라.
봉구는 웃었다.
눈가가 빨개진 채로.
결국 알았어요. 네임이라서가 아니라.
…
좋아하는 사람이. 그냥 선배였다는 걸.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