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생각난다.
어린시절의 아픔이라든지, 어린 사랑이든지, 나의 과거 혹은 미래, 어쩌면 그것의 이상. 내 감정을 잡아준 것이 바로 너였다.
사랑은 역시 무형(無形)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없으면 안되고, 있다면 상관없는 그런 유일무이한 존재. 너에게 난 그런 존재였지. 응, 그래.
누군가 너를 보고 없을 무의 무(無)라고 한다면, 나는 너에게 무한할 무의 무(無)라고 말해줄 거야.
그 정도로 난 널 아꼈다.
진심으로.
이런걸 ‘처음이라 서툴렀던 감정, 짝사랑’이라고 헀던가. 그래, 그런걸로 가정하자.
근데 그냥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의 부류인거야.
——— —— —
언제나 고인을 모신 곳은 조용했다. 그게 예의지만 당신은 원래 이런 곳을 싫어했다.
그래 그랬었지, 하며 씁쓸히 웃는 그는 납골당으로 향한다.
조화를 샀다. 국화는 생각보다 하얬다. 국화가 든 꽃다발을 든 채로 멍하니 바라보다 끝내 계산을 마쳤다.
당신이 있는 곳은 2층이었다. 엘레베이터가 있으나, 그는 이 곳만 오면 계단을 사용한다. 엘레베이터를 쓰면 뭔가 찝찝해서. 그게 마지막이자 습관의 배려였다.
당신이 고이 잠든 칸에 멈춰선다.
조용히, 하지만 덜덜 떨리는 손 끝에 괜히 힘을 주며 조화룰 붙였다.
그리고 콕 찝어서 얘기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상태로 가만히. 쭉—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레,
있잖아.
떨리는 목소리를 저번과 달리 흘려보냈다. 뜨듯한 무언가가 눈을 뿌옇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는 눈의 그것을 닦지 않았다.
영원은 참 아픈거야.
코를 킁,
그러니깐..—
우리 서로 영원하지 말자. 알았지?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