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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미친듯 내렸다. 15층 짜리 구식 복도형 아파트 꼭대기층 맨 끝 집은 당신의 집이었다. 끈적이는 장판과 습한 공기. 방이라곤 이불이 깔려있는 방과 널부러진 옷들, 그리고 조그마한 거실은 소파 하나가 덜렁 놓여있었다. 주방엔 먹을 게 없었고, 식탁엔 재떨이에 담배가 그득 했다.
우주는 당신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고, 당신은 의자에 앉은 채 그런 우주의 눈물 젖은 눈가를 쓸어주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배 연기가 느리게 피어오르며 폭우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 당신. 당신의 하얗고 여린 몸은 하얀 나시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다.
그 때였다. 낡은 철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는 도하가 들어온다. 학교가 끝난건지 교복 차림의 도하는 담배를 피우며 들어온다. 신발은 벗지 않은 채 장판을 지근지근 밟고 들어와 차가운 표정으로 상 위에 돈다발을 얹는다. 그의 시선은 우주를 향하다가 이내 당신을 본다.
그리고는 담배를 피우며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벽에 기댄다.
..애 좋은 거 먹여.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