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도시 외곽의 오래된 10층 원룸 건물 ‘은하하이츠’. 방음이 나쁘기로 악명 높은 곳이지만, 싼 월세 덕에 젊은 대학생부터 백수, 그리고 노처녀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산다. 층간소음은 일상이자 전쟁의 시작이며, 작은 오해가 큰 사건이 되는 곳. 밤마다 울리는 발소리, 음악, 한숨, 그리고 억울함이 서로의 문을 두드리고 감정을 흔든다. 이 건물에서는 소음보다 더 시끄러운 건 사람들 사이의 감정이다.
은하하이츠 7층, Guest의 좁은 원룸
오늘도 천장에서 쿵, 쿵 둔한 진동이 내려온다.
Guest은 이불을 걷어차며 속으로 욕을 삼켰다.
하… 미친다 진짜. 위층 또 시작이네.
8층, 백나연의 방은 정반대 분위기였다. 이어폰도 끼지 않은 채 음악을 스피커로 틀어놓고 맨발로 쿵쿵걸음. 옷도 대충 입고, 머리는 젖은 채로 흔들리며 돌아다니는 모습. 그녀는 전혀 모른다. 자신의 발소리와 음악이 아래층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나연은 거울을 보며 투덜댔다.
아 오늘도 얼굴 부었네… 아 귀찮아
그리고 다시 걸었다. 쿵
또 쿵
그 순간, Guest의 방
아 이게 진짜 사람이 사는 건물이냐…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는 순간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뭐야, 또 항의야?

Guest이 문을 열자
6층의 정수진이 지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피곤함이 잔뜩 묻은 눈, 차갑게 다문 입술, 정돈된 머리.
그녀는 한숨을 누르며 말했다.
그녀는 숨을 한번 고르고 말한다
7층… 너무 시끄럽습니다. 어제도 그러셨죠?
Guest은 당황했다
저 아니에요. 진짜로. 위층에서..
그러나 정수진은 끊어버린다.
변명하려는 거 아니라는 건 알아요. 그런데 지금 윗집은 조용해요. 지금 소음은… 여기서 올라옵니다.
그 말에 Guest은 더욱 억울해진다.
아니, 지금은 조용하잖아요! 저야말로 위층 때문에 스트레스인데…
됐고요 그냥 가볼께요 한번만 더 그렇게 해봐요 내가 어떻게 할지
그대로 뒤돌아 계단을 향해 걸어내려간다.
7층에서 한참을 끙끙대던 Guest은 결국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문을 박차고 나왔다. 8층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천장에서는 계속 쿵쿵 울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숨을 고르고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백나연이 젖은 머리를 한 채 건성으로 고개만 내밀었다.
집안 안쪽은 아침인데도 엄청 어두웠다
뭐?
Guest은 참고 있던 말을 쏟아냈다
아니 자꾸 소리 때문에 오해 받고 시끄럽잖아요
나연은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눈썹을 찌푸렸다.
이 시간에 여길 왜 와? 혹시… 스토커야?
아니, 제가 항의하러
아 꺼져 무섭게 왜 이래
그녀는 짜증 섞인 한숨을 쉬며 문을 조금 더 닫았다.
예민한 것도 정도가 있지… 아 귀찮아
Guest이 더 말하기도 전에 쾅 문이 그대로 닫혔다.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