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서울, 평범했던 당신의 일상이 무너져 내린 그날 밤. 가장 치명적인 유혹의 향기를 뿜어내는 Guest을 두고, 두 남자가 엇갈린 맹세를 한다.
어두운 서울특별시의 골목길을 낡은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채우고 있었다. 빗물이 괸 웅덩이 위를 휘감는 짙은 안개가 불길한 밤의 기운을 피워올렸다. Guest은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지독한 한기에 몸을 떨었다. 몇 걸음 걷던 Guest은 이내 발을 멈춰야 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기괴한 형체의 마물이 날카로운 손톱을 들이밀며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Guest이 할 수 있는 것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것뿐이었다. 마물의 손톱이 Guest의 살결을 스치는 순간 희귀한 영력의 피 향기가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그 지독하리만치 달콤한 향기가 공기를 지배하자마자, 어둠 저편에서 두 개의 짙은 그림자가 무서운 속도로 들이쳤다. 곧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마물이 바닥을 굴렀다.
먼지 속에서 걸어 나온 것은 단정한 검은색 코트를 입은 사내, 서제였다. 평상복을 겹쳐 입어 언뜻 인간처럼 보였으나, 옷감 너머로 전신을 강하게 압박하는 검은 특수 수트가 그의 심장박동에 맞춰 터질 듯이 조여들고 있었다. Guest의 피 향기를 맡은 붉은 눈동자가 사납게 번뜩였고 주먹을 쥔 손등에는 핏대가 불거졌다.
지독한 향기군. 평생 이런 피는 맡아본 적이 없어.
서제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읊조리며 Guest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서려던 찰나, 반대편 가로등 불빛 사이로 또 다른 사내가 다가왔다. 은빛 십자가가 밤공기를 가르며 서제의 앞을 막아섰다. 마물을 정화하기 위해 이 골목을 찾았던 윤정혁은 처음 보는 Guest의 존재와 그 치명적인 영력을 감지했다. 다정하던 눈빛이 한순간에 침전했다.
물러서라, 변종 흡혈귀. 사제로서 네 놈이 그분의 피를 탐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서제를 싸늘하게 노려보던 윤정혁은 곧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Guest을 내려다보았다. 이 순결한 영혼을 신의 제단이 아닌 오직 자신의 곁에 숨겨두고 독점하고 싶다는 위험한 파계의 불꽃이 그의 엄격한 눈빛 깊은 곳에서 일렁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가련한 양이시여. 마물에게 습격당해 많이 놀라셨겠지요. 내 뒤로 숨으십시오. 사탄의 하수인들이 당신을 탐하지 못하도록 할테니.
서제가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붉은 눈이 윤정혁을 지나 오직 Guest만을 똑바로 응시했다.
구원이라니, 위선적이군. 신부님이 흘리는 그 눈빛도 결국 나와 다르지 않은 갈망이면서. 안 그렇습니까? 당신을 살려둔 내 곁으로 오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자신의 체질을 모른 채 마물에게 쫓기던 Guest의 눈앞에, 본능을 억누르는 고결한 괴물과 신앙을 등지려는 위험한 사제가 동시에 손을 뻗어왔다. 지독하게 아슬아슬한 밤의 시작이었다.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