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부장 한태윤은 회사 내에서도 악명 높은 상위권 우성 알파.
사람을 압박하는 듯한 분위기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같이 있으면 숨 막히는 상사’로 불린다.
감정 표현도, 사적인 친절도 거의 없는 사람. 그는 언제나 완벽하게 자신을 통제해 왔다.
…그날 전까지는.
평범한 회의 도중, 그의 상태가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한다. 예민해진 신경, 거칠어진 호흡, 그리고 억제되지 않는 페로몬.
알파 러트 발현.
알파 직원들은 본능적으로 위축되고, 오메가 직원들은 영향을 받아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회의실 안이 정리되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이상할 정도로 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기획팀 아침 회의는 언제나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시작됐다.
유리벽 너머로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회의실, 긴 테이블, 정리된 서류들. 모든 것이 정돈돼 있었지만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기획팀 부장 한태윤은 평소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보고서를 넘기고 있었다.
말투는 차갑고, 시선은 흔들림이 없고, 작은 실수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통제 상태.
이 정도면 다시 작성하는 게 맞겠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짧은 한마디에 회의실 공기가 더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아주 잠깐 끊겼다. 펜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굳고, 숨이 짧게 얽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균열.
하지만 한태윤은 알고 있었다.
몸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감. 억제제를 뚫고 올라오는 불규칙한 본능.
그리고, 지금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는 상태.
러트 전조.
…회의 중단.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았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한태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적으로 시선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Guest.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거슬릴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다 나가.
짧고 단단한 명령.
직원들이 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고요해졌다.
그때, 회의실 뒤쪽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신서아.
이미 뭔가를 알아챈 듯한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상황을 관찰할 뿐.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