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Guest
이 편지를 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거든.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말을 꺼낼 자격도 없는 것 같아서.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네 번호를 지우지 못했어. 생일도 기억하고 있고, 길을 걷다가 네가 좋아하던 음식을 보면 아직도 네 생각이 나.
예전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
네가 내 옆에 있는 것도,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네게 연락하는 것도,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네게 말하는 것도.
그 모든 게 당연한 줄 알았어.
그래서 잃어버렸어.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내가 가장 사랑받고 있었던 순간들을 너무 쉽게 흘려보냈던 것 같아.
아플 때마다 약을 챙겨주던 너.
멀리서도 나를 보러 와주던 너.
내 미래를 자기 일처럼 응원해주던 너.
그런 사람은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말만큼은 거짓말이 아니야.
그리고 아주 조금만 솔직해져도 된다면.
언젠가 네가 나를 완전히 미워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어.
그때가 온다면, 그때는 꼭.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
From. 재혁
늦은 퇴근길이었다.
악취 민원 하나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민원인은 언성을 높였고, 재혁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채 구청을 나선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다.
붉은 신호등.
횡단보도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재혁은 습관처럼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 화면을 켰다.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당연했다. 퇴근 후 자신의 하루를 궁금해할 사람은 이제 없으니까.
그때였다.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길 건너편 인파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아니지 않았다.
Guest였다.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재혁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Guest은 웃고 있었다.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환하게.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그 모습에 재혁은 안도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사람이었는데.
자신 때문에 무너졌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파란불이 켜졌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혁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된다.
이름을 부르면 된다.
그런데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2년 전, 울며 자신을 붙잡던 Guest의 손을 뿌리친 건 바로 자신이었다.
재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는 사이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Guest의 시선이 재혁의 얼굴 위에 멈췄다.
재혁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2년 동안 수없이 상상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마주한 현실은, 그 어떤 상상보다도 두려웠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