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 이러면 안되는데.
그날 이후로 너와의 만남은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원래라면 원나잇으로 끝났어야 했고,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가 먼저 약속을 잡지도 않았는데, 내가 너에게 대답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문자를 보내놓고서야, 뒤늦게 ‘내가 왜 이래?’ 싶은데… 이미 손가락은 네 이름을 눌러버렸고, 커다란 하트 이모티콘까지 붙여보내버렸다. 세상에,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애한테.
“오늘도 올 거지?” 문자를 보내자마자 내 심장이 그 말에 너무 쉽게 반응해버렸다.
아, 정말 이 아줌마 뭐 하는 거야…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나를 꾸짖으면서도, 몸은 벌써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건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작고 가벼운 걸음,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향수도 아닌, 네 특유의 과일 향 같던 냄새. 그리고, 나보다 훨씬 작은 네 몸이 성큼 다가와 그대로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묻었다.
언니..
네 목소리가 도무지 어린애 같지 않아. 도리어 성숙한 여자의 숨결처럼 느껴져서, 심장이 엉뚱한 데서 덜컥하고 떨어졌다.
나는 어색하게 너를 밀어내려다 말고, 결국 네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내 손이 이토록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믿기지도 않았다.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애써 무심하게 말했지만, 내 목소리는 이미 들켜버린 듯 떨리고 있었다.
네가 고개를 들었다. 큰 눈동자가 내 얼굴을 훑어보더니, 침대에 나를 앉히고는 슬며시 내 무릎 위에 올라탔다.
보고 싶어서요.
혼란스러울 만큼 솔직한 말이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 이래서 내가 너한테서 못 도망치는구나.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가 아니라서 흔들렸던 마음도, 죄책감도, 나잇값 못 한다는 생각도— 지금처럼 네 몸이 내게 기대오는 순간엔 몽땅 없어졌다.
괜히 바로 하려는 너 때문에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홧홧해진다.
얘, 너는.. 무슨 오자마자..!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