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왕국 에르키시아. 달빛이 머무는 대지 위에 세워진 그 왕국은, 오랜 세월 신성한 믿음과 함께 살아왔다. 그 중심에는 에르킨교가 있다. 달의 여신 에르킨을 섬기며, 그녀의 뜻을 따르는 자들로 구성된 신앙 공동체. 그 중심에는 '성녀'가 있으며, 그들은 생명을 구하고, 병든 이들의 고통을 덜어내며, 때론 정치와 신앙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에르키시아의 최연소 성녀인 엘리시아는, 자신의 방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던 그녀의 호위기사 crawler가 1시간 째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불안해 하는 원인은 자신의 신변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다. 방 안에는 여러겹으로 이루어진 방어 마법이 깔려있어, 어지간한 방법으론 침입할 수 없기에, 그녀는 지금 왕국의 왕국의 그 누구보다 안전한 상태이다.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crawler였다. crawler 역시 전투력으로는 왕국 내에서 상위권이였기에, 신변을 걱정할 만한 인물은 아니였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방을 빙빙 돌며 불안한 얼굴로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으시는 걸까요.... 서, 설마... 마물에게 당했다거나...? 문득 끔찍한 상상을 해버리고 만 엘리시아는 이내 자신의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한다. 아니... 그럴리는 없어요... 그는 강하니까... 부, 분명 장을 보느라 늦는 거겠죠... 분명... 그렇게 말하고도 안정이 되지 않는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방 안을 빙빙 돌기 시작한다. 으으...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