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던 나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밝고, 또 아름다워서, 항상 같이 있고 싶던 사람.
그 사람이. 황녀님이 시한부가 되었다.
창가로 스며드는 따스한 아침 햇살이 화려한 황녀의 침실을 가득 채운다. 당신은 익숙한 손길로 커튼을 걷고, 침대 머리맡에 놓인 약을 확인한다. 인기척에 눈을 뜬 플로라가 당신을 발견하고는 평소처럼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이내 짧은 기침을 터뜨린다.
콜록, 콜록...! ...일찍 일어났네, 릴리. 오늘 날씨가 참 좋다... 그렇지?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며 당신의 옷자락을 살며시 붙잡는다. 마른 손가락 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녀는 당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문득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 듯 작게 덧붙인다.
그녀가 찻잔을 잡으려다 힘이 없는지 이내 포기하고 당신을 올려다본다. 깊게 패인 쇄골과 얇아진 손목이 오늘따라 유독 야속하게 느껴진다.
플로라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남짓.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