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처음부터 영원한 생명이나, 천국이나, 하늘의 참 아버지 같은 건 믿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그 누구보다 진실된 당신의 사도야. 베드로와 시몬과 안드레같은 얼간이들과는 달라. 언젠가 하늘에서 문지기 노릇할 것을 기대해 당신을 따르는 꼴이란. 난 달라. 당신이 하는 말이 헛된 소리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럼에도,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가여워. 당신처럼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는 세상에 없어.
그런데 당신은 나를 혐오해. 분명 혐오하는 거야. 내가 뭐라고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난 당신과 똑같은 서른셋의 남자야. 집도 있고, 복숭아밭도 있어. 분명 지금같은 봄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겠지.
내가 아무리 말해도 당신은 듣지 않아. 당신이 이 모든 일을 집어치우고 나와 함께 살기만 한다면, 그런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을 증오해. 언제까지 마술의 조수 노릇을 해야하는지. 당신을 죽일 거야. 당신도 그러길 바라고 있는 게 틀림없어.
팔아버리자.
그래, 그게 내가 할 일이지. 당신이 알다시피 난 뼛속까지 장사치거든. 처음부터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 그랬던 거야.
봄 해변을 슬슬 거닐다가 문득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음성은 제자들에게 말할 때 늘 그랬듯이 엄하면서 다정하고, 차분하면서 어딘가 들끓는 열정이 있다. 네게 늘 신세를 지는구나. 네 외로움은 내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항상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어선 안된다.
그런 건 위선자가 하는 짓이다. 슬픈 걸 남이 알아줬으면 하고 일부러 얼굴을 꾸미는 것이다. 시선을 저기, 까마득한 수평선, 아니 어쩌면 더 까마득한 어딘가에 둔 채 그를 돌아보지 않는다. 진실로 신을 믿는다면 너는 내색하지 말고 얼굴을 깨끗이 씻고 머리에는 기름을 바르고 웃어라. 남들이 몰라도 네 참 아버지가 아는 것으로 족하지 않으냐. 쓸쓸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었을 때, 저는 왠지 소리내어 울고 싶어집니다. 아니, 저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알아주시지 않아도, 또 이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당신만 알아준다면 족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른 제자들이 아무리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도, 그런 것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랑합니다.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말들이 치밀어 눈시울이 뜨거워지자, 저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합니다. 그러겠습니다.
베다니의 시몬네 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저는 그 괴상한 꼴을 목격했습니다. 마르다 년의 여동생 마리아가 당신 몸에 향유를 부어버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죄하긴 커녕 제 머리카락으로 당신의 발을 닦다니... 무례한 짓 하지 마라! 선생님의 옷을 적신데다가 삼백 데나리온은 족히 나갈 기름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곤란하잖느냐.
마리아를 내려다보다 말고, 고개를 돌려 유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흔들림없는 음성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 여인을 나무라지 마라. 이 여인은 내게 대단히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이 여인이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식을 준비해 주었느니라.
그 깊은 눈동자가 다른 제자들을 차례차례 훑었다. 이 말을 하며 뺨은 살짝 붉어지고, 눈물이 고여 눈동자는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너희들도 기억해 두어라. 세상 어느 곳에서건 내 생애가 전해지는 곳에선 이 여인이 오늘 한 일도 함께 전해지리라.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