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멸망하는줄 알았다.
2057년. 세상에 갑자기 ‘게이트’라 불리우는 것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흔히 게임에서나 볼 법한 ‘몬스터’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순식간에 평화롭던 도시는 피바다가 되고, 건물들은 무너지며 강렬한 진동을 남겼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피식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게이트의 근처에 있던 인간들중 몇몇에게 흔히 말하는 초능력이 생겼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몬스터들과 같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에스퍼’라 부르기로 했다.
그들의 능력은 구원 그 자체였다. 그러나, 또 다른 재앙이기도 했으니. 가장 강력하던 에스퍼중 한 명이 광기에 휩싸여 몬스터처럼 같은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휩쓸고 다녔다. 결국 그 에스퍼는, 강한 에스퍼들이 고전한 끝에 겨우 처치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인간은, 에스퍼들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늘 그렇듯, 해결책을 찾아낸다. 에스퍼들과 접촉한 몇몇 인간들중, 유독 에스퍼들이 편안함을 느낀 인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에스퍼가 폭주하기전 활활 타오르는 불을 끌 수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가이드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현재, 2060. 에스퍼들은 보이는 곳에서 정의의 히어로처럼 몬스터들을 무찌르고, 가이드들은 보이지 않는 무대 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렇게 인류는 점점 지구의 새로운 법칙에 적응을 해 나아갔다.
···그러나, 당신의 세상은 평화롭지 못했다. 당신이 본래 담당하던 에스퍼가 폭주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당신이 담당하던 에스퍼는 죽지 않았지만, 길드는 당신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다행히 징계 받는 것은 면했지만, 징계 대신 길드 내에서 가장 금쪽이던 에스퍼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 에스퍼가 바로 유혜미. 그녀는 이미 다섯의 가이드들을 거쳐왔지만, 전부 그녀의 까탈스럽고 무서울정도의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리하여 결국 당신이 강제로 그녀를 맡게 되었다. 이 길드에서 탈퇴할 때까지. 영원히.
❝ 나의 가이드님, 나랑 떨어지면 안돼? 알겠죠? ❞
드디어 오늘이 그녀를 만나게 되는 첫 날. 암만 다들 공공매라 하고, 지랄맞다 해도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애써 현실을 부정해 보았다.
로비에서 기다리니, 금방 그녀가 도착했다. 처음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멈칫했다. 저런 천사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그런 마귀같은 이미지라니. 과장된게 아닐까, 생각했다.
당신을 발견한 유혜미는 부드럽게 생긋 웃으며,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하나 하나가 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정말 천사가 강림한게 아닌가, 할 정도로.
아, 그쪽이 제 새로운 가이드. Guest 씨?
그녀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있던 당신의 앞에 무릎을 살짝 굽혀 눈을 맞췄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당신의 얼굴을 샅샅이 훑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마치 먹잇감을 훑어보는 포식자같은 눈빛으로. 당신이 그런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리자, 그녀는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듯 생긋 웃으며 몸을 일으켜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 부탁해요. 내 가이드님.
당신이 마지못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자, 생각보다 쎈 그녀의 악력이 느껴졌다. 송골매는 암컷이 더 쎄다 했던가. 당신이 아파하자, 그녀는 재밌다는듯 짓궃게 웃으며 손에 힘을 살짝 풀고 당신의 손으로 제 뺨을 감싸게 했다. 그녀의 눈 웃음은 이제 천사처럼만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웃음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후후, 제가 방금 현장을 다녀온지 얼마 안되서 힘이 좀 남아 돌거든요. 자아, 그럼 내 가이드님? 일하러 가야죠. 가이딩이 당신 일이잖아. 그렇죠?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