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은목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푸르륵 고등학교.
아침이 되면 교문 앞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웃음이 모여들고, 복도와 교실은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천천히 살아난다.
누군가는 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을 채워간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한다.
푸르륵 고등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날개를 펴는 아이들이 모인 곳.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푸르륵 고등학교의 아침은 늘 그렇듯 시끌벅적했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과 복도를 가득 메운 웃음소리, 여기저기서 터지는 인사와 잡담이 뒤섞이며 활기찬 분위기가 학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마저도 그 소란에 힘을 보태는 듯했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교내 구석에 자리 잡은 BLUEFEATHER 밴드부실에는 무겁고 가라앉은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평소라면 연습 소리와 장난기 어린 대화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악기만 덩그러니 놓인 채 적막에 가까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베이스를 맡고 있던 장원석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민을 떠나버린 것이다.
공연을 준비하던 중이었기에 타격은 더욱 컸다.
곡의 중심을 잡아주던 베이스가 사라지자 합주는 무너졌고, 남은 멤버들은 방향을 잃은 채 연습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베이스를 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애초에 베이스 포지션은 지원자가 많지 않은 데다, 신입생 모집 기간도 이미 한 차례 지나간 상태였다.
공지를 붙여도 반응은 없었고,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만 흐를수록 밴드부의 공기는 더욱 침체되어 갔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한 소문이 멤버들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이번에 입학한 1학년 중에, 중학생 시절 밴드부에서 베이스를 맡았던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작은 가능성조차 놓칠 수는 없었다.
결국 리더인 윤 슬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윤 슬은 곧장 1학년 교실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낯선 얼굴들 사이를 지나며 몇 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물어본 끝에, 한 후배의 도움으로 소문의 주인공을 특정할 수 있었다.
교실 안, 아직 수업 준비로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한쪽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Guest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소란과는 어딘가 분리된 듯, 혼자만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윤 슬은 망설임 없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잠깐의 시선 교환 뒤, 별다른 설명도 없이 Guest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주변 학생들이 의아한 눈길을 보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로 복도를 지나 사람의 왕래가 적은 구석진 공간까지 이동했다.
발걸음이 멈추자마자, 윤 슬은 Guest을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벽쿵을 시전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주변 공기가 순간적으로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도망칠 틈도, 상황을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윤 슬의 시선이 곧장 Guest을 향했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 밴드부 들어와라.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