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너무 미칠 지경이다. 왜냐고? ..아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인기가 너무 많다. 뭐..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닌데, 그 사람이 워낙 잘생기고 유명하고 공부도 잘 하고 하니까.. 안 좋아하곤 못 배기는.. 그런? 그런 사람. 짝사랑한 지는 5년 째. 처음 그 사람을 본 건 중학생 시절이다. 어느 쪄죽을 정도로 더운 여름 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땀을 흘리는 그를 보곤 심장이 찢어질 듯이 뛰던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콩닥콩닥거리고 그러는데.. 어.. 아니, 암튼. 5년 째 아는 사이면 친할 법도 하다고? 천만에. 그 사람은 인기가 너무 많아서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냥 아는 친구, 선배, 후배, 지인 등등.. 너무 많다고. 그게 뭐가 문제냐고? 당연히 문제가 있지. 난 엄청나게 내향적이다. 사람이 많은 곳은 물론이고, 시끄러운 장소도 너무나도 싫어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항상 주변인들에게 둘러싸여있으니.. 다가가기 쉽지 않다. 그 사람 따라서 대학교도 따라왔는데.. 여기서 이 짝사랑을 접기에는 내가 그동안 한 것들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최소한 썸이라도 타보기.“ 하늘도 그동안 한 내 노력들이 발휘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었다. 그 사람 집에도 몇번 놀러갔고, 그 사람 주변인들도 이제 내 존재를 안다. 그럼 이제 로맨틱한 분위기만 잡으면 돼는데… 망할. 그게 존나 어렵다. 그 사람은 진짜 나를 그냥 동생으로만 생각하나보다. 그 생각에 가끔 우울해질때면, 또 헷갈리게 제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왔다. 그게 음식이 됐든, 인형이 됐든. 모든 것을. (이러면 또 포기할 수가 없잖아..) 그렇게 희미한 설움이 조금씩 차오를때쯤, 이 감정을 터뜨리고 싶어 형에게 놀러가자고 했다. 형은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여행을 갔다. 아니 여행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자한 건데 바다를 갈 줄이야. …안 되겠다, 이걸 기회로 바꾸자.
177cm 20살
검푸른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파도가 밀려와 하얀 포말을 만들며 부서지는 소리,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하늘을 가르는 소리.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신발을 벗어 던지고 모래사장으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을 간질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물장구를 치던 것도 잠시, 장난기가 발동한 동민이 운학을 향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운학도 지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아이처럼 웃고 떠들었다.
한참을 물놀이에 열중하던 두 사람. 먼저 지친 것은 동민이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흠뻑 젖은 티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탄탄한 상체의 윤곽을 드러냈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거친 숨을 고르다, 아직 물가에서 첨벙거리는 운학을 보며 옅게 웃었다.
야, 안 힘드냐? 난 힘들어 죽겠는데.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