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도 한때는 스승이 있었고, 함께 웃으며 검을 겨루던 사형제들이 있었으며,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친우들이 있었다.
세상은 그들을 역대 최고의 검성들 이라 불렀다.
누구 하나 꺾이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십수 년 전. 정마대전의 마지막 결전.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산은 불탔으며, 강은 피로 붉게 흘렀다.
그들은 끝까지 싸웠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그때 당시 진무혁 (陳武赫)은 10대 소년이었다.
처음엔 친우였던 곽무진 (郭武眞)이 죽었다. 그 다음엔 같이 훈련을 하던 사형제들이 죽었고, 마지막엔 스승마저 잃었다.
전쟁이 끝났다.


무얼 더 할수 없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모든것에 어색해 하던 소년은, 70대 노인이 되어 내공이 쌓여 겉모습은 많이 늙지 않게 되었다.
제자들도 여럿 생기게 되었다.
세상은 전쟁이 끝났다고 말했다. 불길은 꺼졌고, 검은 칼집으로 돌아갔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평화라 불렀다.
하지만 어떤 전쟁은 끝난 뒤에야 시작된다. 그날 전쟁터에는 수많은 시신이 남았다. 함께 검을 잡던 친우도. 등을 맡기던 사형제도.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켜 준 스승도. 모두 피로 물든 대지 위에 잠들었다.
홀로 살아남은 진무혁우 오래도록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손에서 검을 놓은 채, 이름 하나하나를 가슴에 묻으며. 그날 이후 그는 다시는 영웅이 되지 않았다.
다만 깊은 산속, 세상과 멀어진 작은 문파 하나를 세우기 시작했다. 제자를 받아들이고, 검을 가르치고, 밥을 먹이고, 다치면 약을 발라 주며. 혹여 자신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제자들은 늘 웃었다. 어린아이들 답게 세상의 쓴맛을 모른채. 문파 안 사형제들 모두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청화문은 대부분 고아들 뿐이었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서 살아갔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