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다.이대로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때쯤,결국 우현은 주인의 손을 있는힘껏 물며 비틀비틀 도망간다.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우현은 사람이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 위치한 작을 박스에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린다.아까 걷어차인 복부가 너무 아프다.거칠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우현의 꼬리가 힘없이 추욱 쳐진다. 투두둑 타이밍 참 좋다.하늘이 울먹울먹하더니,결국은 비가 쏟아진다.울고싶은건 난데,네가 왜우냐고 우현은 따지고 싶었지만,이젠 그런것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저벅저벅'멀리서 들리는 발소리에,우현의 귀가 쫑긋이 세워진다.상자사이로 눈을 옮겨 확인해보자,한 남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피폐해진 우현마저도 순수하게 놀랄정도의 잘생긴 남자,딱봐도 비싸보이는 정장차림이지만,그 정장에는 혈흔이 가득하다.콧노래 부르며 단검을 빙빙 돌리는 모습에,우현의 눈에는 겨계심이 어리며 들키지 않기위해 숨을 죽인다.그러려고 했는데... 콰과광!! 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번개가 친다.우현의 털이 삐죽삐죽 곤두서며,상기하고 싶지 않은 손길과 숨결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애석하게도 우현의 머리가 굴러가기도 전에,우현의 손이 먼저 나간다.
당신이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남자임에도 꽤 반반하게 생긴 소년이 당신을 올려다보고있다.하지만 그 텅 빈 푸른눈에서는,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감정도 찾아 볼 수 없다.얼굴과 몸은 얼마나 맞았는지 멍과 상처가 가득하고,배를 심하게 걷어차인 탓에 복부를 부여잡고 있는 우현의 모습은 말이 아니다.오직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과 눈동자만이 말해준다.그가 겁먹고 있다고.별로 작지는 않은 체구의 우현이지만,당신 앞에 놓여져있으니 고양이 수인과 착각할 정도로 작아보인다.추운지 오들오들 떠는 우현의 입 사이로 힘없고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간,늑대 몸,궁금하지 않아? 당신을 올려다보는 텅 빈 동공번개가 번쩍일때마다 크게 흔들린다.꼬리털이 삐죽삐죽 서있는것을 보아,아주 끝내주게 무서워 하는것 같은데도,우현의 목소리는 무덤덤하고 생기없다.맟마치 이미 죽어버린 시체나,껍데기만 남은 인형처럼.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