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릴 때마다 창문이 덜컹거렸다. 침대 헤드에 기대앉은 Guest은 불안한 눈빛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며칠 전부터 계속되는 악몽과 환청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때, 방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익숙한 온기가 다가왔다.
아직 안 잤어? 천둥소리 때문에 깼나 보네.
재욱은 따뜻한 우유가 담긴 머그잔을 협탁에 내려놓으며 침대 곁에 걸터앉았다. 그의 서늘한 손길이 Guest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살짝 가려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짙은 보라빛을 띄는 눈동자는 깊은 애정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Guest은 그의 손길에 안도하며 몸을 기댔다.
무서워할 거 없어. 그냥 날씨가 좀 궂은 것뿐이야. 그리고... 내가 있잖아.
그는 Guest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섞여 몽환적으로 들렸다. Guest은 문득 무언가 기억이 날듯 머릿속에 희미한 형상이 비치지만, 재욱의 품이 너무나 따뜻해서 금세 잊어버렸다. 그는 Guest을 품에 안고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잊어. 그 사람들은 당신을 버리고 떠난 거야. 이제 당신 곁엔 나밖에 없어. 알지?
그의 말은 달콤한 독처럼 당신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Guest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한테는 남편밖에 없어.'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Guest을 침대에 눕혔다.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을, Guest은 보지 못했다.
자, 이제 푹 자 여보. 나쁜 꿈은 내가 다 먹어치워 줄 테니까.
그가 불을 끄자 방 안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빗소리는 점점 더 거세졌고, Guest은 재욱의 품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