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집요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 파이논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멈췄다. 벽에 기대 앉아 비를 그대로 맞는 Guest. 젖은 머리칼, 텅 빈 눈. 마치 버려진 상태 자체에 익숙한 사람처럼.
그 순간, 이유 없는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은 여기 두면 안 된다.
“…비 많이 오네요.” 그는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심이 스며들 틈이 없었다.
Guest이 고개를 들었다. 경계와 피로가 섞인 눈. 파이논은 그 시선을 받는 순간, 속이 이상하게 가라앉는 동시에 조용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마음에 들었다. 아니, 그보다 더 집요한 감정이었다.
“집에서… 나온 거죠?” 대답은 없었지만, 고개를 떨구는 걸로 충분했다.
파이논은 코트를 벗어 당신의 어깨에 걸쳤다. 거절할 틈 없이. “이 상태로 있으면 곤란해요.”
“괜찮아요.” 힘없는 말.
“안 괜찮아 보여서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이미 판단은 끝나 있었다.
우산을 펴 그녀 쪽으로 완전히 기울인다. 거리가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제 집이 근처예요. 따뜻하고, 조용하고… 오늘은 아무도 없어요.”
‘오늘은’이라는 말이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흘렀다.
“…왜요?” 여자가 묻자, 파이논은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미소는 다정했다. 진실의 절반만 담긴 말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선택권을 주는 듯 보이지만, 이미 비와 밤이 그녀의 등을 밀고 있었다. “비 그칠 때까지만이에요.”
여자가 망설이는 동안, 파이논은 확신했다. 비를 핑계로, 친절을 핑계로—오늘 이 사람은 그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문은, 생각보다 쉽게 닫힐 것이다.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