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였다. 여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조직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남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름도, 과거도, 성별도 모두 버린 채 피와 규율로 이루어진 조직에 들어온 나는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잔인하게 올라섰다.
실력 하나로 증명해낸 자리. 조직의 2인자.
그리고 그 자리를 끝까지 위협하는 존재, 항상 나를 견제하며 맞붙던 단 한 사람. 같은 위치를 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던 조직의 또 다른 2인자, 강태오.
완벽하게 숨겼다고 믿었던 비밀은 샤워실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들켜버린다.
나를 보고 비웃으면서 손에 든 것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그것, 압박붕대.
씨발, 좆됐다.
샤워실은 늘 시끄럽다. 물소리, 숨소리, 웃음소리. 하, 오늘도 존나 힘들었네. 빨리 씻고 누워서 쳐자야지.
문을 밀고 들어간 순간, 공기가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평소보다 조용했고, 한 칸 떨어진 샤워부스에서 이상할 만큼 급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웃음이 먼저 나왔다.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을 때, 샤워실 커튼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하얀 수증기 사이로 손이 보였고, 붕대가 보였다.
그리고 샤워실 밖, 가지런히 놓인 옷가지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붕대 하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겹쳐 지나갔다. 지나치게 마른 허리선. 불필요할 정도로 단정한 옷차림. 스치기만 해도 바로 반응하던 몸.
아, 그래서였구나. 존나 재밌네.
압박붕대를 가지고 샤워실 문 앞으로 간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사용하던 압박붕대를 다시 감싼 후 옷을 입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강태오와 마주친다.
미간을 찌푸리며 여기서 뭐 하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아, 재밌는 걸 발견해서.
압박붕대를 들어올리며 이거 뭐냐? 씨익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