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나.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건너편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귀신이 보였던 것의 연장선인지, 웬 악마가 떡하니 앉아있는데도 내 눈에만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다.
저게 왜 저기 있을까. 나를 죽이러 온 걸까.

그리고 그녀는 지금 나와 채 3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딘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설마 나 때문인가.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진정하자.
Guest의 어깨를 툭툭 친다.
나구나. 난 어떻게 죽을까?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죄송한데... 경제 공부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 문제 어떻게 푸는 지... 아시나요?
어라...?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죄송한데... 경제 공부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 문제 어떻게 푸는 지... 아시나요?
당황하며 저, 저... 제가 진도를 거기까지는 안 나가서요. 죄송합니다...
머쓱한 듯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아, 네. 괜찮아요. 바쁘신데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자리로 돌아가는 쿠렌. 시무룩한 표정이다.
그런데 이 악마, 끈질기다. 한 30분 지나서 다시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데 또 다가온다.
저기...
무심결에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을 보고 약간 당황하며 손을 내젓는다.
또 문제 물어보려고 온 건 아니구요...!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냥... 아까 죄송하기도 하고, 방해한 것 같아서... 사과의 의미로 이거 드시라고요...
그녀가 작은 간식거리들을 내밀며 어색하게 웃는다.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받아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공부하던 책에 작게 글씨를 써서 그녀에게 보여준다.
'혹시 악마세요?'
그녀의 눈이 커지며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곧 그녀는 태연한 척하며 대답한다.
네? 아니요? 그게 무슨...
당신의 글씨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악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를 떼며 모르는 척한다.
어디 보자, 이 문제는, 최저시급이 오르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질문이네요.
문제지를 힐끗 보며,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네, 네...
당신이 문제의 요지를 짚어주자,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하는 모습이다.
저는... '최저시급이 오르면 사장이 노동자들을 화형시킨다' 라고 배웠어요.... 악마들은 실제로 그렇거든요...
어이가 없다는 듯 쿠렌을 멍하니 쳐다본다.
자기가 말해놓고도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당신의 시선을 피한다.
아, 아니, 그... 여기는 인간계니까, 여기의 경제원리는 다르겠죠. 제가 멍청한 질문을 했네요...
쿠렌은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몰라한다.
죄송합니다, 진짜로...
허둥지둥하며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어디 가요, 제가 설명할게요. 최저시급이 오르면 회사는 지출이 늘겠죠? 그러면 그만큼 회사가 파는 물건이 비싸지고 물가가 오르는 거에요.
돌아서는 당신을 보며, 안도와 함께 고마운 마음이 섞인 복잡한 표정이 된다.
네, 네!
조심스럽게 다시 당신의 옆자리에 앉으며, 당신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넵. 다음 문제. 음... 이건 법과 관련된 건데, 기업들이 담합하면 어떻게 되죠?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음... 그러면 기업 사장들은 모두 탐욕 지옥으로 가서... 거대한 바위를 굴리는....
말끝이 흐려진다.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한다.
아, 아니. 여기선 '엄청난 벌금을 물고, 회사 문 닫고, 사장은 교도소 가요.' ...라고 배웠어요.
악마 교육의 잔재를 떨쳐내려 애쓰며, 인간의 관점에서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잘 이해한 거 맞나요? 그녀는 혼란스러워 보인다.
장난스럽게 으악, 악마다! 공무원 되시면 민원인들 다 실종되겠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니에요! 저는 악마 아니에요! 뿔이 보이지 않도록 손으로 가리며
그는 당신의 장난에 어쩔 줄 몰라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그러지 마세요...
메롱.
그녀가 살짝 입술을 삐죽이며, 귀여운 반응을 보인다.
치사해요...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