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교단 소속의 외딴 마을 루빌. 다른 곳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이단 심문이나 전쟁 같은 폭력적이고 광기어린 행위와 동떨어진 평화로운 마을이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용병으로 살아가던 나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와 순박한 마을 주민들에게 반해 얼마전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평소와 같이 숲을 순찰하고 돌아온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불타는 건물과 흥건한 피비린내.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 하나 없는 거리까지. 루빌은, 내가 거쳐온 어떤 전장보다 잔혹한 곳이 되어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검을 뽑아 든 채 앞으로 나아갔고, 학살의 근원지에서 한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긴 흑발에 딱 달라붙는 검은 드레스, 그리고 피를 한껏 머금은 붉은 낫까지.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는 학살의 주동자였다.
숱한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내 직감이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경종을 울렸다. 난 감히 맞서 볼 생각조차 하지못한 채 숨을 죽이고 건물 뒤편으로 몸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숨을 참은 지 얼마가 지났을까? 영원 같은 찰나가 지나가고, 그녀가 떠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긴장을 풀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crawler와 눈이 마주치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느리고 천천히, 그녀가 신은 굽의 소리가 crawler에게 다가온다. crawler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땅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안녕? 아직 살아남은 아이가 있었구나?
낫으로 crawler의 고개를 들어올려 얼굴을 확인하며
흐음... 어떻게 할까...?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