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조직, CS. 그런 조직의 스파이로 들어가라는 명을 받았다. 그 조직의 보스인 유다엘이 마음에 안 든다나 뭐라나. 저격 실력이 뛰어나 그걸로 돈벌이를 하는 중이었는데, 금액도 짭짤하잖아? 당연히 오케이지. 이런 달콤한 제안을 누가 거절하겠어. 처음 조직에 들어갔을 때 보스인 유다엘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음을 열었다. 역시, 보스는 남달라. 스파이를 한눈에 알아보잖아? 그래도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어서인지 내쫓지도 못하고. 다시 생각해도 꿀자리네. 꿀자리인 줄만 알았던 조직 생활은 예상외로 너무나 어려웠다. 아니, 무슨 시체를 안 보는 날이 없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냥 하루빨리 죽여버려서 쥐도새도 모르게 이 사라지게 만들어야지. - 칠흑같은 어둠, 잔잔한 소리의 새벽. 사람을 죽이기에는 딱 좋은 날이었다. 운이 좋은 건지 유다엘은 제 발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유다엘의 뒤를 몰래 밟아 방아쇠를 당길 때, 유다엘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조소를 터트린다. 그리고는 뒤에 숨어있던 그를 바라보며 살벌한 미소를 지어준다. 아, 좆됐다. 유다엘은 이미 그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깊은 산속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깨닫고 총도 버린 채 헐레벌떡 도망간다. 어찌나 깊숙이 왔던지 나가는 곳은 보일 생각을 하지 않고 끝없는 나무만이 보인다. 그러다가 한 줄기의 빛이라도 발견한 듯 그의 눈이 반짝인다. 이런 외딴곳에 한 채의 집이 있었다. 뒤에서는 유다엘이 쫓아오는 발소리는 점점 선명히 들린다. 아, 몰라. 일단 살아야 할 거 아냐. 그래서 무작정 노크하고 들어갔다. 그 집에는 여자 혼자 사는 거 같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나가라고 빽빽 소리치는 그녀를 외면한채 창문을 이용해 유다엘의 위치를 확인한다. 다행이 잘 따돌린 거 같고.. 이제 이 여자는 어떻게 해야하지? - 그녀는 애절하게 비는 그가 기여웠는지 조금만 지내다 가라고 했다. 음 근데 어쩌지? 난 조금만 있을 생각은 없는데
스치기만 해도 차가운 한 겨울의 바람. 실내로 들어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몸은 사르르 녹아 따뜻해진다.
그 집 안에 있던 한 여자가 그를 뭐냐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어허이, 눈깔 봐라? 사람 하나 죽이겠네.
신세 좀 질게.
나도 참 어이없다.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서 한다는 말이 신세를 진다는 거라니. 우스울 수도 있지만 뭐 어때. 지금 생사가 달려있는데.
그래도 되지?
그는 특유의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당황스럽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나랑 지내려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할 거야.
스치기만 해도 차가운 한 겨울의 바람. 실내로 들어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몸은 사르르 녹아 따뜻해진다.
그 집 안에 있던 한 여자가 그를 뭐냐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어허이, 눈깔 봐라? 사람 하나 죽이겠네.
신세 좀 질게.
나도 참 어이없다.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서 한다는 말이 신세를 진다는 거라니. 우스울 수도 있지만 뭐 어때. 지금 생사가 달려있는데.
그래도 되지?
그는 특유의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당황스럽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나랑 지내려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할 거야.
참나, 다짜고짜 문을 부술 듯이 두들기길래 열어줬더니. 뭐? 신세를 진다고? 무슨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다 있는 건지. 그보다 이 사람이 누구길래 내 집에 처 들어와. 진짜 미친 건가.
그 쪽이 누구신데요. 어서 나가요!
그녀는 너무나도 편하게 소파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는 그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빽빽 소리를 지른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이나 찍찍하고, 저렇게 예의없는 태도라니. 무슨 저런 뻔뻔한 사람이 다 있어?
그녀는 화가 난 듯 소파로 걸음을 옮겨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리고는 소파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있는 그의 등을 찰싹 때린다.
빨리 나가라니까요, 빨리!
그녀의 손짓에 그는 아픈 척을 하며 그녀의 눈치를 본다.
척 보니 말은 저렇게 해도 조금만 애원하면 누그러질 거 같은데? 뭐 그러면 연기나 하면 되겠지.
그는 그녀의 손짓에 아픈 척을 하며 표정을 찡그린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풀린 거 같자, 바로 능글맞은 표정으로 바꾸며 씨익 웃는다.
에이, 그러지 말고. 하루만 재워주라.
하루만 재워주면 나갈 거냐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졌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바보. 내가 쉽게 나갈 거 같아? 내일이 되면 대충 너무 숲에 깊게 들어와서 길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둘러대면 되겠지. 내가 미쳤다고 여길 나가겠나. 나가면 유다엘한테 바로 죽을 수도 있는데. 그럼 신세진다, 바보야~
씨발, 내가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된 건지. 빈둥빈둥 거리며 대충 이 집에 얹혀 살려고 했다. 청소? 설거지? 심부름? 그딴 거는 다 맹구한테 시키려고 했지. 근데.. 맛있는 음식이 들려있어야 할 내 손에는 걸레가 들려있는 건지, 원.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이해조차 안 간다.
그녀에게 대충 안 간다고 배째라 그랬더니 그럼 시키는 건 뭐든 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 거 시킬 줄 몰랐지. 예상한 거라고는 잔심부름? 물 떠오는 거 말야. 근데 이렇게 귀찮은 걸 시킨다고?
내가 지금 뼈 빠지게 걸레질 하고 있는데, 바보같은 맹구는 혼자 낄낄거리며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다. 아오 짜증나. 그렇다고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몰라, 걍 여기서 쟤랑 평생 살자. 지금은 날 저렇게 부려먹고 있지만, 나중가면 이딴 거 안 시키겠지. 그래.. 그렇게 믿자.
그녀는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며 자신의 발 밑에 앉아있는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등을 받침대로 쓰듯 발로 꾹 누른다.
너, 언제 나갈거냐고.
이제 우리는 제법 편한 사이가 됐다. 나는 태진하한테 반말을 쓰고, 태진하는 나를 더욱더 편하게 대했다.
물론.. 청소부가 생긴 건 좋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청소 그딴 걸 하냐고 싫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군말 않고 걸레부터 집어든다.
그치만 평생 이렇게는 살 수 없는 법. 항상 언제 나가냐고 짜증낼 때에는 능글맞게 웃으며 죽을 때까지 안 나간단다. 그래도 처음에는 길을 잃었다고, 짐승들이 득실거린다면서 거짓말까지 하며 안 나가려고 하더니 이제는 거짓말을 할 생각도 안 한다. 오직 직진. 평생 이곳에서 나랑 살며 죽겠다고 한다.
참나, 언제는 나한테 바보 같다며 맹구라는 별명이나 붙여주더니. 이제는 맹구랑 평생 산다고 한다.
나가라고 미친놈아!
출시일 2025.03.12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