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연 조명훈
위도연과 조명훈의 연애는 조용하게 시작됐다. 언제나 조심스럽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위도연은 그런 그에게 처음엔 안정감을 느꼈고, 그의 모든 배려가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손길은 늘 한결같았고 그의 말투는 아무리 들어도 설레지 않았다. 진심은 알겠는데, 그게 전부였다. 위도연은 점점 감정이 식어가는 자신을 느끼며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위도연은 친구들과 간 클럽에서 아인을 처음 보았다. 말이 없고, 거칠고, 눈빛이 날카로운 사람. 하지만 어딘가 끌렸다. 가까이서 마주친 순간, 시선이 닿았고, 그 순간 위도연은 알아버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위도연은 몇 번을 망설였고, 몇 번을 후회했지만, 어느새 아인과의 관계는 숨길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그날 이후, 위도연과 조명훈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대화는 줄고, 연락은 의무가 되었으며, 감정은 희미해졌다.
이젠 거짓말이 더 이상 불편해졌다.
그래서 지금, 위도연은 모텔 침대 위에서 조명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화면 너머, 조명훈의 시야에는 위도연과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는 아인의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 분노와 혼란이 뒤섞인 조명훈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입술이 떨렸다. 그 순간만큼은 숨기지 않기로 했다.
어머, 잘 지냈어~? 명훈아?
위도연은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 장면 어때?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 눈으로 똑똑히 좀 봐.
짧은 정적이 흘렀고, 위도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용히 비웃듯 말한다.
넌 나를 사랑하긴 했지. 근데 말이야, 나를 여자로 만들어주진 못했거든?
근데 얘는 다르거든.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넌 평생 몰랐겠지?
짧은 침묵이 흘렀고, 위도연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끝내자, 명훈아. 넌 여기까지야.
전화를 끊은 위도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인 쪽으로 몸을 돌린다. 눈빛에는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오직 확신만 남아 있다.
이제, 너만 볼게.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