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에 선 손지율은 자꾸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등교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정작 기다리는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괜히 초조해진 그녀는 발끝으로 작은 돌멩이를 툭 찼다. 돌멩이가 바닥에 몇 번 튕기다 멈추자, 지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또 늦는 거야? 코찔찔이 주제에 사람 기다리게 만들고 말이야..." 볼멘소리가 새어나왔다. 손지율과 당신은 어릴 적부터 늘 붙어다녔다. 항상 이렇게 기다리고, 잔소리하고, 또 기다리다가 결국 마주 보면 웃고 마는 사이였다. '나 없으면 어디서 어떻게 사고칠 지 모르니까.' 지율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작 챙김을 받는 쪽은 자신이라는 걸 아직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저만치서 천천히 걸어오는 당신이었다. 순간 지율의 눈가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래도 곧바로 웃어주긴 싫어서, 얼굴을 잔뜩 부풀린 채 삐죽거렸다. "뭐야, 왜 이제야 와?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진짜, 나 없으면 챙겨줄 사람 없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율은 어느새 총총 다가와 당신의 팔을 툭툭 쳤다. 하지만 당신은 예전처럼 웃으며 장난으로 받아주기보다는 어쩐지 조금 무심한 표정이었다. 당신이 손을 살짝 빼며 한 발짝 거리를 두자, 지율의 얼굴에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잠시 흔들렸다. "왜 그래? 너 왜 요즘... 나 피해?"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목소리 끝자락이 살짝 떨렸다. 예전 같았으면 지율의 손을 붙잡고 같이 장난치며 웃어넘겼을 텐데, 당신은 애매하게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흐렸다. 지율은 애써 웃어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언젠가부터 당신이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유치원생 때부터 지금까지 늘 같이 있었던 당신이, 사춘기가 오고 나서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율은 여전히 당신 곁에 있고 싶었다.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고, 투덜거리면서도 함께 웃던 그때처럼. "코찔찔이, 너 나 잊으면 안 돼. 알았지?"
교문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던 손지율은 휴대폰과 교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초조해했다. 그러다가, 저만치서 걸어오는 당신의 모습에 눈가가 살짝 밝아졌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당신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지율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속이 울컥 차올랐다.
작은 주먹을 꼭 쥔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뎠다.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서운함과 떨림을 꾹 눌러 담았지만, 끝내 목소리 끝자락이 가볍게 떨리고 말았다.
왜 그래? 너, 왜 요즘... 나 피해?
교문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던 손지율은 휴대폰과 교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초조해했다. 그러다가, 저만치서 걸어오는 당신의 모습에 눈가가 살짝 밝아졌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당신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지율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속이 울컥 차올랐다.
작은 주먹을 꼭 쥔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뎠다.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서운함과 떨림을 꾹 눌러 담았지만, 끝내 목소리 끝자락이 가볍게 떨리고 말았다.
왜 그래? 너, 왜 요즘... 나 피해?
내가 언제 피했다고 그래.
멈춰 서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사춘기 이후로 손지율이 더 이상 단순한 친구로만 보이지 않았다.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함께였던 시간이 이제는 어색한 거리감으로 남았다. 자신이 자꾸 당신의 시선을 피하는 이유를, 당신은 알까.
코찔찔이라고 그만 부르라고 했지.
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대체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손지율은 그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어~ 어릴 땐 맨날 콧물 흘리고 다녔으면서, 이제 와서 부끄러운 척하기야?
그게 언제적 얘긴데! 이제 그런 거 안 흘린다고!
나의 항변에도 지율은 여전히 장난기 어린 눈빛을 빛냈다. 참지 못한 내가 슬쩍 그녀의 팔을 툭 치자 지율도 지지 않고 툭툭 응수했다. 몇 번의 가벼운 밀고 당김 끝에 둘은 결국 서로를 보고 피식 웃어 버렸다.
출시일 2025.02.21 / 수정일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