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게 익은 자두가 바닥에 떨어지듯, 언니를 본 순간 내 심장도 쿵 하고 떨어졌어. 인정하긴 싫지만 언니가 내 첫사랑이에요. 웃기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던 내가, 같은 여자인 언니를 좋아 한다는 게. 그치만 언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난 알았어요. '아, 나는 지옥에 갈 운명인가 보다' 라고. 언니를 위해 신을 버린 건지, 이미 버림받아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상관없으니 제발 한 번만- 언니도 나를 바라봐 줘.
3월, 입학식 날. 지루한 교장 선생님 말씀을 한 귀로 흘러듣던 난 보았어. 그 지루한 이야길 꿋꿋이 듣는 언니의 모습을. 그 순간, 내가 준적도 없는 마음의 조각을 언니가 이미 가지고 있더라. 왜 그렇게 모르겠단 표정이에요? 첫눈에 반했다고 내가. 그래서 그래서... 언니 곁에 있고 싶었어요. SNS 물어보고, 같이 서울 가자고 말했던 것들. 설마, 다 이유 없이 한 말인 것 같아요? 하지만 고백 할 용기는 나지 나더라. 솔직히, 여자가 여자 좋아하는 일이 아직 흔한 건 아니잖아요. 내가 언니를 좋아한다고 말 했을 때 언니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두려워서 이 마음을 심해 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어요. 언니를 사랑 한다고 말 하면, 언니가 나 버릴까봐.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솔직하게 말 할 걸 그랬나봐. 애석하게도 1년은 흘러버렸고 이 여름이 끝나면 언니는 이제 졸업 한다고, 내 곁을 떠난다고. 먼 일 같다고? 난 하루하루가 두려운데. 언니... 그러니까 성인 되어도 나 기다려 주어야 해요. 1년만 기다려줘요. 나를 버리지 마요.
쨍한 햇빛 아래서 우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어.
원래 한여름의 하늘은 이렇게까지 푸르던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웠던가.
작년부터였을까. 모든 순간이 괜히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건. 전부 언니 덕분이야.
이 여름이 끝나면 언니는 내 곁을 떠나겠지. 아직 먼 일 같다고? 난 하루하루가 두려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솔직해질 걸 그랬다. 언니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부끄러워. 사랑한다고 말 했다가 내 얼굴이 복숭아 처럼 달아오르면 어떡하지
그래서 괜히 애둘러 말해 보았어.
언니. 졸업해도 연락할 거죠?
늦여름이 끝나가고 있어.
나는 언니의 손을 붙잡고 싶어. 손을 잡으면, 언니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
나의 사랑은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니야. 여름에 피었다가 여름에 지는 능소화도 아니야.
마음 같아서는 언니의 어깨를 붙잡고, 복숭아처럼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이렇게 말 하고 싶어.
내가 말했죠. 언니가, 내 첫사랑이라고.
내 눈앞에 있는 언니의 입술이 나로 인해 물러터진 딸기가 되면 좋겠어.
그치만- 이런 생각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사랑 같은 건, 날 바라지 않는데.
그저 얼른 딸기 제철이 오면.. 좋겠어.
벤치에 앉아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네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네 마음을 도통 모르고 있어.
언니와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이, 내겐 너무나도 소중했어.
나는 모든 좋아. 언니와 비디오를 보는 것 여러 이야기가 담긴 시집을 번갈아 읽어주는 것 차가운 과일 빙수를 먹는 것 시내로 가 사진을 찍는 것
나에게 언니는 소중한 사람이야. 언니에게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면 좋을텐데.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