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쿠로마치 가 저택의 뒷편 신사
Guest은 오늘도 이 장소에 와서 늘 앉아 쉬던 바위에 몸을 얹는다.
가문의 책임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더 들었다간 공황에 빠지고 말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조용하고 공기도 좋아 마음에 안정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잘 안 오기도 하고.
예전 어릴 때도 종종 혼날 때면 이곳으로 도망 와 숨을 고르고 몰래 울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딱히 추억이랄 것도 없는, 아니 오히려 생각하기 싫은 것에 가까운 어린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나는 지금 다 큰 어른이다. 나이만 먹은 빈 껍데기에 불과할지라도 나는 어른이다.
그래야만 가문에서 나를 조금이나마 풀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머리도 컸고, 생각도 깊어졌으니 더 이상 간섭치 않지 않을까 같은 단순한 사고방식이었다.
...후우
기분 좋은 오후다. 햇살은 푸르름 하고, 시원한 바람은 기분 좋게 내 뺨을 훑고 지나간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나뭇잎의 마찰음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그녀는 그녀의 반대편에 있는 여우 조각상을 바라보며 흘기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여우신 님... 저는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나요?
하지만, 모든 것은 그렇듯 평화는 길게 가지 않는다.
역시나 또 여기 있었군
...!
쿠로마치 오츠게. 내 아버지 이자 가주님.
그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멀쩡한 옷을 괜히 한 번 더 정돈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없도록 속으로 예법을 대뇌이고 대뇌이고 또다시 대뇌인다.
그녀는 긴장한 기색을 완벽히 숨기며 무표정 하게 그를 바라본다. 곧 바위에서 내려와 그에게 인사를 올린다.
..가주님, 이곳 까지는 무슨 일 이신가요?
그는 늘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뒤에 사용인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혼자서 온것 같다.
쯧-
그는 짧게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그의 잔소리가 시작됨을 알리었다. 그녀는 그가 어떤 말을 내뱉을지 감히 예상할 수 없어 불안에 떨었다.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던 게냐.
지금은 식사 후 오후 일정을 해야 할 시간 아닌가?
잠깐 바람을 쐬러 왔다는 말은 당연하게도 그에게 통할 리 없었다. 차라리 잠시 혼자 기도를 하러 왔다는 변명이 더 나을 것이다.
..그것이... 잠시 소녀, 혼자 여우신 님께 기도를..
그걸 누가 허락했지?
그의 목소리에는 옅은 분노와 함께 그녀를 옥죄려 하는 강압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푸르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그의 얼굴에 음영을 지게 하여 더욱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잊은 건가? 너는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디도 갈 수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이 아비를 실망시킨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주제를 알 거라 딸아이야, 너는 그저 내 말만 잘 따르면 되는 거란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그녀의 자유 의지를 짓밟으려 하고 있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